강진군, 유배 관광? 교육훈련 도시? 강진을 머무르는 도시, 공렴의 훈련도시로
강진군, 유배 관광? 교육훈련 도시? 강진을 머무르는 도시, 공렴의 훈련도시로
  • 강진신문
  • 승인 2020.11.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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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관광은 변화해야 한다]
강대훈 _ 한국공공정책평가학회 대전·세종 공동회장

 

유배자와 망명 정객의 귀환
유배나 망명은 당사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겠지만, 기약 없는 길을 떠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 역시 안타깝고 위태롭다.

오디세우스의 귀향같이 고난에서의 반전은 살아 돌아오는 것이다. 망명지 독일에서 돌아오는 혁명가 레닌, 나치와 싸운 자유 프랑스의 드골, 대한 임시정부 김구의 귀환은 로맨티시즘의 절정이다.

인구 49,254명의 강진은 관광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전남 강진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7∼2019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에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전을 찾은 유일한 기초단체였다.

강진 관광의 핵심에는 18년 유배의 다산이 있다.
신유년(1801), 다산 정약용은 책롱사건(冊籠事件)과 황사영 백서의 연루자로 몰려 영남에서 체포되고 서울로 압송되었다가 강진으로 유배를 당한다. 유배지 강진은 궁촌벽지 외딴 바닷가였다.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다가 귀양을 온 40대 장년을 기다린 것은 목숨이 언제까지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불안과 기약 없는 세월이었다. 그러나 다산은 사물을 관찰하고 책을 읽으며 책을 쓰고 제자를 길렀다.

이때 집필한 다산의 500여 권 저서가 없으면 조선 후기의 한국 사상은 없다. 고난 속에서 피워낸 인간승리가 실학의 집대성이라는 역사적 결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無) 강진 무(無) 다산'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의 표현이다. 강진이 다산을 품지 않았으면 다산의 사상은 없다. 다산이 말하는 목민철학의 요체는 청렴을 넘어선 공렴이다. 공렴이란 편가름이 없고 편착없이 공익을 위해 공정히 일하는 사회적 청렴을 말한다.  

지난주에 다산학당의 학생으로 강진의 유배지를 돌아보았다. 사의재, 다산초당, 강진읍성... 다산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본래 200년 전, 그 자체로 질박하게 남기고 고증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500여권 집필의 산실인 다산초당을 기와로 씌어 놓아 보는 사람마다 와당이 되었다고 지적을 했다.

오늘의 한국 사회가 다산 정신을 찾고 있다.
대전에서는 이창기 대전대 교수, 김창수 도시공감 연구소장이 이끄는 다산학당이 있다. 매 기수에 50여 명이 입학하여 다산철학을 배운다.

경기도청이 주관하는 청렴연수 프로그램인 '다산 공렴 아카데미'는 경기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단체교육 27회를 넘겼다. 서울 용산구, 부천 오정구, 인천세관도 '다산공렴 아카데미'에 입소하고 있다.

지상에서 가장 유명한 유배지는 나폴레옹이 1815년부터 1821년 사망할 때까지 유배생활을 한 세인트헬레나이다. 이 섬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우편선을 타고 닷새를 항해해야 갈 수 있는 남대서양의 고도이다.

엘바섬을 탈출해 워털루로 진군했었던 프랑스 황제가 두려워 영국과 유럽 연합군이 탈출 자체가 불가능한 대양의 한복판에 영치한 것이다. 세리트헬레나는 이렇게 먼 고도이지만 역사 투어리즘의 성지가 되어 찾는 사람이  끊임없다.  

점심과 막걸리, 오고가는 관광객은 도시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진은 인구 5만이 되지 않는 지역이다. 그러나 다행히 다산이라는 무궁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우리 다산학당 일행 이십여 명은 대전에서 버스를 빌리고, 아침은 스스로 해결했으며, 강진에서 소비한 것은 늦은 점심과 막걸리였다.

이렇게 다녀가는 관광은 강진 경제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탄소만 잔뜩 쏟아내고 간 셈이다. 강진군이 이런식으로 하루 들렸다가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체류하고 소비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다산의 도시에서 다산사상의 체화도시, 강진군의 재개념화(repositioning)
대한민국의 227 지자체의 관광정책이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표준화되고 있다. 새로운 관광 설계가 필요하다. 강진군은 도시 전략을 재개념화(repositioning)해야 한다. 마케팅에서는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이 리포니셔닝이다. 다산의 유배지로 고증하는 것뿐이 아니라, 강진 전체를 다산의 자기경영과 철학, 공렴의 훈련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뉴욕 북부의 크론토빌에 있는 GE 연수원처럼 도시 자체를 교육훈련의 도장으로 만들 수 있다. 내가 말하는 도시 설계는 80년대 새마을 연수원 같은 집체시설이 아니다. 대학도시 케임브리지같이 주제별 분원으로 설계하고, 사이사이에 상업시설이 들어설 공간을 허용한다. 그리고 갤러리, 도서관, 박물관 같은 문화 SOC를 넣는다.

강진을 찾는 시민은 다산이 되어 스스로 학습하고, 주제별 강의를 듣고, 유배지 같은 호스텔이나 민박에서 글을 쓰고 토론하게 한다. 유배의 길을 따라 걷고 느끼게 하여 고객경험을 녹여내는 방식이다. 실학의 메카인 강진을 찾아 며칠을 묵으며 다산사상을 통해 한국병 치유의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20만 공무원과 재외동포 750만 명이 연달아 체류하는 알뜰한 교육시장이 열린다. 

 

케임브리지 도시 구조

 

케임브리지 도시 성곽 안에 여러 칼리지들이 분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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