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부 이한영 선생의 정신을 이어간다"
[특집] "다부 이한영 선생의 정신을 이어간다"
  • 김철 기자
  • 승인 2020.05.23 2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진의 숨은 명품 브랜드] 3. 성전면 백운옥판차 이야기

 

강진은 전국에서 이름난 농수특산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농수특산물이 일정한 이름을 가지고 마케팅이 더해진다면 파급효과는 크게 늘어난다. 강진의 숨은 명품 브랜드를 찾아내고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하나씩 소개한다. 편집자주/

차별화된 백운옥판차 생산...제다법 무형문화재 추진 필요

성전면에 소재한 이한영 전통차문화원에서는 전국 최초의 차 상표로 만들어진 백운옥판차의 전승지역이다. 후손들에게 이어지고 있는 백운옥판차의 제다법이나 역사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형문화재 지정 등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백운옥판차는 우리나라 순수 민족자본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차 상표, 차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일제 강점기 일본 자본의 차(일본차, 찐차)에 대응하여 우리나라 전통 제다법(작설차, 덖음차)과 순수 민족자본으로 생산되어 전국으로 유통한 최초의 차 상품이기 때문이다.

또 최초의 차 협동조합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동 채취 및 찻잎 수매를 통해 원료를 확보하고 단일 장소와 인력을 통해 차를 생산함으로써 품질의 균일화, 소득의 분배를 실현한 현대적인 생산구조를 갖추고 운영됐다.

여기에 채엽시기와 제조방법에 따라 4등급의 차로 구분해 상품화 했다. 찻잎의 채취시기와 상태와 등급을 나누고 제조방법을 달리하였으며, 4등급(맥차, 작설, 모차, 기차)으로 구분하여 상품화했다. 요즘 제다산업에서는 찻잎에 따라 등급화하여 유통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차를 등급화 한 것은 백운옥판차가 처음이며 이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도 유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운옥판차 등급별 기준은 맥차(麥茶): 곡우전 1창(맥과)만을 따 모아 약한 불에 덖어 제조, 작설(雀舌): 곡우 무렵부터 1창1,2기를 따 모아 고온으로 덖어 제조, 모차(矛茶): 입하 전까지의  1창2,3기로 고온으로 덖어 제조, 기차(旗茶): 입하 이후 넓어진 잎을 따서 시루에 찌거나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고 건조하여 제조했다.

백운옥판차의 최고의 품질은 대숲에서 자란 우수한 품질의 야생 찻잎을 채취하여 차를 제조했기 때문이다. 대나무의 뿌리는 그물과 같은 형태로 뻗어가기 때문에 대나무가 자라는 곳에 다른 식물이 생육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차나무는 직근성으로 자라기 때문에 대나무와 공생이 가능하며 대나무와 차나무는 최적 생육환경이 비슷하여 대숲에서는 품질이 우수한 야생 차나무가 생육하게 된다.

대숲에서 자란 야생 찻잎의 싹은 다른 곳의 찻잎보다 길며 자연 차광이 되기 때문에 테아닌을 비롯한 아미노산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백운옥판차는 월출산의 수려한 환경을 가진 대숲에서 자란 야생 차나무부터 우수한 품질의 찻잎으로 차를 제조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운옥판차의 독특한 제다방법도 최고의 맛을 추구한다. 공을 굴리듯 둥글게 굴리며 약하게 유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백운옥판차 제다법의 특징은 현대 손 유념의 일반적인 방식인 빨래판 방식의 강한 유념이 아니라 공을 굴리듯 둥글게 굴리며 약하게 유념한다.

약하게 유념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전통 음다방식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음용방식은 현대 일반적인 녹차 음용 방식인 80℃의 물에 우려 마시는 방식이 아니라 화로 위 약탕기나 놋쇠주전자의 끓는 물에 넣어 우려 마시는 열탕추출법을 사용했다. 80℃의 온수에 우려 마시는 방식은 일제 강점기 이후 대량 생산 방식의 일본차 음용방식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강하게 유념한 차는 세포벽이 많이 파괴되어 차의 성분이 빨리 우려지기 때문에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덜 추출되도록 80℃의 온수에서 추출하여 음용했다.

하지만 백운옥판차는 다르다. 카테킨 함량이 적고 아미노산이 풍부한 고급 찻잎을 사용하며 약한 유념을 통해 제조하기 때문에 열탕추출에 의해서도 아미노산 성분이 풍부하고 카테킨 성분은 적은 기호성이 높은 상태로 추출되며 여러 차례 우려 마셔도 처음과 같은 맛과 향이 유지되 는 것이 차이점이다.

여기에 찻잎은 시들리는 과정에서 차의 향기를 최대한 이끌어 내는 제다기술이 숨어 있다. 위조는 채취한 찻잎을 시들리는 과정을 통해 찻잎의 수분을 감소시킴으로써 찻잎에 존재하는 향기생성 효소활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주청은 대나무 바구니나 망태 안에서 찻잎을 흔들어 찻잎에 상처를 입게 하는 함으로써 효소작용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조와 주청 방식은 중국의 우롱차 제조에서 향을 이끌어 내는 특유한 공정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백운옥판차는 반발효차인 우롱차와 같이 꽃향기와 같은 향기를 끌어내면서도 우롱차와 같은 반발효차가 아니라 녹차의 품질을 유지하는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매우 수준 높은 제다기술을 사용하하고 있다.

또 온돌, 대청마루 등 우리나라 전통 주거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제다방식이 사용됐다. 위조, 주청 등의 과정은 통풍이 잘되는 대청마루에서 이루어졌으며 건조 등의 과정은 살청과정에서 필요한 불을 이용하여 뜨겁게 달궈진 온돌방을 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 주거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제다방식을 사용했다. 이제 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해서 백운옥판차의 제다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