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우공이산
[다산로] 우공이산
  • 강진신문
  • 승인 2020.03.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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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한자숙어 가운데 이공이산(愚公移山)있다. 우공이 산을 옮겼다는 이야기로 언뜻 어리석은 행동 같아 보이지만 무슨 일이든지 쉬지 않고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그 뜻을 이룬다는 교훈을 지녔다.

이는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고사다. 우공이라는 노인이 집 앞에 산이 있어 왕래하는데 불편하자 그 산을 허물어서 다른 데로 옮기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향해 비웃으며 말도 되지 않는 짓이라며 손가락질 했지만 그가 자자손손 계속 산을 옮기려 하자 이 소식을 들은 옥황상제가 그의 정성에 감복하여 산을 옮겨 주었다는 이야기다.

태형산(太形山)과 왕옥산(王屋山)은 사방 700리에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데, 기주(冀州)의 남쪽과 하양(河陽)의 북쪽 사이에 있다. 북산(北山)의 우공은 나이가 아흔이 다 되었는데 산이 마주 보이는 곳에 거주했다. 그런데 북산이 막고 있어서 출입을 하려면 길을 우회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우공은 집안 식구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나와 너희들이 힘을 다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저 험준한 산을 평평하게 만들면 예주(豫州)의 남쪽으로 직통할 수 있고 한수(漢水)의 남쪽에 다다를 수 있는데, 할 수 있겠느냐?" 하고 묻자 모두 찬성했는데 부인이 의문을 제기했다. "당신 힘으로 괴보(魁父)의 언덕도 깎아 내지 못했는데, 저 높은 태형과 왕옥을 어떻게 파낸단 말이오? 더구나 그 많은 흙과 돌은 어디다 버린단 말이오?" 그러자 가족 모두가 말했다. "발해(渤海)의 끝과 은토(隱土)의 북쪽에 버리면 됩니다." 우공은 짐을 질 수 있는 자손 셋을 데리고 돌을 깨고 흙을 파서 삼태기에 담아 발해의 끝으로 운반했다.

이웃에 사는 과부 경성씨도 칠팔 세 된 어린 아들을 보내어 도왔다. 거리가 얼마나 멀던지 겨울과 여름이 바뀌는 동안 겨우 한 번 왕복 할 수 있었다. 딱하게 여기던 하곡(河曲)의 지수(智叟)가 비웃으며 말렸다.

"그대의 무모함은 너무 심하도다. 당신의 남은 생애와 힘으로는 산의 풀 한 포기도 없애기 어려울 텐데 흙과 돌을 어떻게 한단 말이오." 하고 말하자 우공이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당신 생각이 꽉 막혀 있음이요 그 막힘이 고칠 수가 없는 정도이니 과부네 어린아이만도 못하구려. 내가 죽더라도 아들이 있고, 아들이 또 손자를 낳으며, 손자가 또 자식을 낳으며, 자식이 또 자식을 낳고 자식이 또 손자를 낳으므로 자자손손 끊이지를 않지만, 저 산은 더 커지지 않으니 어찌 평평해지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가 있겠소." 이 말을 들은 조사신(操蛇神)이 우공이 산을 옮기는 일을 계속 할까 두려워 상제에게 호소했다.

상제는 그의 정성에 감동하여 과아씨(夸娥氏)의 두 아들에게 명해 두 산을 업어다 하나는 삭동에 두고, 하나는 옹남에 두게 했다. 이로부터 기주의 남쪽과 한수의 남쪽에는 작은 언덕조차 없게 되었다고 한다.

우공이산의 고사는 세상에 불가능이 없음을 말해준다. 아무리 어렵게 보이는 일도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깨우침을 들려준다. 우리가 즐겨 부르던 옛시조에도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이라고 했다. 산이 높아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게으른 마음이 문제다. "어머나! 저렇게 어려운 일을 내 힘으로 어떻게 해" "나 혼자서는 저 일을 도저히 못 해."하면서 미리 겁을 먹으면 작은 일도 못하는 것이고,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꼭 해내고 말 거야."하고 도전하면 큰일도 가능해 지는 것이다. 옛날 한 노인이 흙을 한 삽 한 삽 떠서 커다란 산을 옮기려했던 우직한 그 정신을 우리 세대를 거쳐 자손대대까지 유산으로 물려주었으면 한다.

요즘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유행처럼 번져 전 세계를 휩쓸자 지구촌은 공포의 도가니로 몰리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초창기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여 이웃나라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꾸준한 연구를 통해 축척한 기술력으로 방역시스템을 신속히 도입하여 자원봉사자와 공무원이 일심동체로 철저한 방역과 격리 치료를 통해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그 동안 부정적인 시각으로 지켜보던 여러 국가들이 차분하고 강인한 우리 국민에게 찬사와 경의를 보내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딛고 힘들게 보릿고개를 넘어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고착된 '빨리 빨리'라는 성급한 문화가 우산이공처럼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차분하고 안정된 문화로 정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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