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청자자료박물관이 지난 1997년 청자를 기증받겠다고
강진청자자료박물관이 지난 1997년 청자를 기증받겠다고
  • 김철
  • 승인 2002.07.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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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재중의 하나지만 오늘의 영광을 누리기까지 그 노정이 순탄지만은 않았다. 고려때 꽃을 피웠던 청자는 조선시대들어 쇄퇴기의 길을 걸었다. 청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청자는 생활속에서 사용되다 소진되어 갔다. 일부는 사람의 무덤속에 함께 뭍히기도 했고 그냥 아무렇게나 방치되기도 했다.
그러던 고려청자는 일제시대부터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1970년대 들어 강진의 가마터도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청자에 대한 관심도 바뀌어 갔다. 마당에 버려져 있던 청자그릇을 다시 방안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수두룩한 청자파편속에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있다는 것도 알게됐다.
강진청자자료박물관이 지난 1997년 청자를 기증받겠다고 나섰을때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시절부터 애지중지하며 보관하고 있던 물건을 내놓을리 만무하기도 했고, 문화재 하면 돈으로 통용되는 시대에 돈한푼 받지 않고 귀한 청자를 내놓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지금까지 청자박물관은 총 111점을 기증받은 성과를 이뤘다. 문화재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성숙된 주민의식이 대단히 많다는 것이 확인되는 과정이었다.
몇가지를 구경해 보자. 지난 98년 2월에 강진주민 김재보씨가 기증한 청자삼감「왕」명탁은 대단한 물건이였다. 청자상감「 왕」명탁은 13세기에 제작된 잔 받침으로 유색과 형태는 절정기 청자에 비하여 우수하지 못하지만 기존 특별전이나 타박물관 소장품도록에 볼 수 없는 귀중한 유물으로 감정됐다. 이와 짝을 이루는 청자상감「왕」명잔 편은 이미 강진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고 되어있다.
98년 5월 윤중채(전 신전면장)씨가 기증한 청자 화형(靑磁花形)대접은 녹갈색을 띠며 두께는 다른 시기 청자에 비해 얇은 편이다. 청자화형대접은 11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초기청자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11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음각 앵무문 대접은 98년 양금호씨가 기증한 청자로 청색유약이 입혀진 상태에 산화번조 되어 갈색을 띠고 있다. 전체적으로 잔균열이 많으나 흙에 있었던 유기물질이 녹아 오랜 기간 붙어 있는 각질화된 부분이 보인다.
앵무문대접은 운두(안쪽의 높이)가 낮고 앵무새 두 마리가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그림이 음각 되어 있고 외면선은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대접이다.
부분적으로 약간 산화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회청색의 청자 유약이 입혀진 청자상감 국화문 통형잔은 지난99년 이성우씨가 기증한 청자이다. 국화와 당초무늬가 어우러 함께 조각된 국화문 통형잔은 뚜껑과 받침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난2000년에는 상감국화문화형접시로 이휘관실장이 기증한것으로 12세기 상감의 절정기에 제작된 제품으로 유색이나 황태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청자박물관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채 기증한 청자가 7점에 이르고 있다. 지난2000년부터 기증되기 시작해 음각연화문화형과 사이주구부호등이 기증자 이름대신 자식들의 이름으로 기증됐다. 지난해 11월 황성은양이름으로 기증된 청자사이주구부호(靑磁四耳注口附壺)와 청자음각연판문유병(靑磁陰刻蓮瓣文油甁)은 11세기~12세기 제작된 작품으로 청자의 유약색깔이나 형태면에서 매우 우수한 유물이다. 특히 청자삼이주구부호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지하 1층 고려청자실에 전시된것보다 유색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청자의 시대를 뛰어넘어 조선시대의 역사깊은 유물도 기증돼 있다. 최춘식씨가 기증한 백자대접, 백련사 주지 혜일스님이 기증한 철기와, 최준영씨가 기증한 백자호, 김문환씨와 이기주씨가 기증한 백자잔과 백자접시가 모두 조선시대 작품들이다.
청자박물관에는 청자를 재현해내 명품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들도 기증이 잇따랐다. 청자의 완벽한 재현으로 인정받는 해강도자미술관장인 유광렬씨가 만든 청자상감사모단당초문대반(靑磁象嵌牡丹唐草文大盤)이 지난해에 기증됐다. 또 99년에 기증된 청자편으로 만든 세례대는 천주교 강진교회에서 보내온 것이다. 지난해와 지난 98년도에는 중국의 사제혼합삼배병(哥弟混合三环甁)과 무인(舞人)등 5점을 서조흥씨와 김문위씨가 기증했다.
청자의 재현을 위해 지난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청자공모전을 통해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들도 기증되고 있어 새로마련 될 현대도예관에 한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제7회청자문화제에는 개관5주년을 맞아 ‘고려청자와 종교’주제로 작품전이 마련됐고 청자양인각연당초문접시(靑磁陽印刻蓮唐草文)와 청자양각연판문광구병(靑磁陽刻蓮瓣文廣口甁)등 4점이 모습을 나타낸다.
청자박물관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기증을 바라고 있다. 문화재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것들이 많다고 한다. 강진청자박물관은 바로 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성이 모이고 있는 곳이라고 할만 하다./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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