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학성 공자
[다산로] 학성 공자
  • 강진신문
  • 승인 2019.09.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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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논어』는 성서와 함께 교양인의 영원한 필독서로 위치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내가 논어를 즐겨 읽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고사성어(故事成語) 백과사전을 펴내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데 고사의 출전을 찾던 중 논어는 나를 깊은 숲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논어와 어울려 밤을 지새우고 나면 하루 종일 그 여운이 남아 또 밤이 되면 붙들었다.

『논어』는 수많은 책 중에서 유일하게 '배울 학(學)자'로 시작해서 '알 지(知)'자로 끝난다. 『논어』에 '배울 학'자가 무려 63번 나온다는 것은 공자가 배움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짐작케 한다.

『논어』첫머리 제1권 제1편은 배우고 때를 따라 복습을 하니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한다.

『논어』마지막 제20편은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로 시작한다.

배울 학(學)자는 상형문자로 의미심장한 글자다. 어린애[子]가 책상[]에 엎드려서 두 손[臼]으로 무엇을 열심히 학습하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공자는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에서 탁월했다. 동서고금에 공자처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고, 공자처럼 가르치기를 즐거워한 사람이 없었다.

공자는 가르침만 있을 뿐 배움의 대상에 차별하지 않았다. "속수지례(束脩之禮)"라 하여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일정한 예만 갖출 줄 알면 귀천을 따지지 않고 가르쳤다.

소문을 듣고 몰려든 제자가 무려 3천 명인데 육예(六藝)에 능통한 제자가 72명이다, 그 중에서 학문과 덕행 등에 뛰어난 제자가 10명이니 이들을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 한다.

어느 날 초나라의 제후가 공자의 제자 자로에게 물었다.

"공자는 어떤 분이십니까?" 자로는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왜 나를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공자는 학문이건 일이건 한 번 열중하면 식사하는 것도 잊어버린다. 즐거우면 근심걱정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도 모른다."
배움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이라는 것을 자부한 것이다.

"집이 열 채쯤 되는 조그마한 마을에도 반드시 성실한 점에서 나만한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기를 좋아는 점에 있어서는 아마 나만한 사람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공자는 겸손한 사람이지만 공부만큼은 누구한테도 뒤지고 싶지 않았다. 공자가 만년에 『역경』을 즐겨 읽느라 가죽으로 맨 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이란 고사가 그의 부지런한 공부 태도를 말해준다.

공자는 배움의 정신이 매우 강했다.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다.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배우기만 하고 배운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그 지식은 막연하고 불확실하다. 또 자기 혼자만 생각하고 선생님한테 배우지 않으면 그 지식은 위태롭고 독단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배우되 막연히 배울 것이 아니라 이치를 생각하면서 배워야 한다며, "온고지신이라 하였다. 옛 것을 배워서 그것을 통해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의 반추가 없으면 올바른 현재가 있을 수 없고, 올바른 현재가 없으면 발전된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과거를 바로 알아야 현재를 바로 알 수 있고, 현재를 바로 알아야 미래를 바로 알 수 있다.

공자는 "배우는 데 싫증을 느끼지 않으며, 가르치는 데 권태를 느끼지 않으므로 다른 일은 잘못하여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능히 할 수 있다"고 자신을 술회했다.

공자는"세 사람이 길을 가고 같이 행동을 하면 그 중에 반드시 내가 배울 만한 선생이 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 만인이 다 나의 스승이다" 라고 말했다. 마음만 열어 두면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를 통해서 배움의 대상을 찾는다는 학성다운 발상이다.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며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한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나를 알더라도 확실하게 알아서 다음 단계로 갈 것을 경계한 말이다. 사람들은 묻는 것에 체면과 격식을 지나치게 차리려다 보니 매우 인색하다. 공자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 하여 자기보다 학벌이 낮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묻고 배우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 말해 겸손한 마음으로 누구한테서나 배워야 함을 말했다. 

자존심을 내세워 모르면서도 묻지 않고 아는 체 하다 손해를 보고서야 후회를 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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