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맛)남포 멸치젓
(강진의맛)남포 멸치젓
  • 김철 기자
  • 승인 2004.10.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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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하게 살오른 가을철 별미...김장용으로 인기 높아

찬바람이 불어오면 식욕을 잃기 쉽다. 밥맛이 없을때는 짭짤한 젓갈로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것은 당연한 사실. 통통하게 살이오른 멸치를 1년간 삭힌 멸치젓은 요즘 별미중의 별미로 손꼽을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강진읍 남포마을주민들의 손이 분주해졌다. 마을에서 만들어진 멸치젓을 담아내 외지로 판매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 강진만을 통해 대량으로 멸치가 운반될때는 마을주민의 대부분이 멸치젓을 판매할 정도로 남포마을 멸치젓은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차츰 멸치젓을 담는 숫자가 줄어들었으나 지금도 남포 멸치젓을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남포멸치젓은 엄선된 재료를 사용한다. 매년 7월이되면 목포항을 통해 추자도에서 올라온 생멸치가 대형트럭으로 남포마을로 들어온다. 남포마을에서 사용되는 재료는 예전부터 제주도 인근에 위치한 추자도에서 생산된 멸치를 사용했다. 청정해역에서 올라오는 추자도멸치의 진가를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현재도 남포마을에서 사용하는 것은 추자도 멸치. 살이오른 추자도 멸치를 사용해야 멸치젓의 깊은맛이 우러난다는 주민들의 설명.

마을로 싱싱한채 갓들어온 생멸치는 먼저 깨끗하게 단장을 한다. 신선한 지하수로 씻어낸 생멸치는 물기를 빼낸후 1m정도의 넓이의 대형 플라스틱통에 저장된다. 한단계씩 조심스럽게 쌓인 생멸치들 사이에는 흰눈처럼 하얀 소금을 뿌려넣는다. 생멸치에 간이 들면서 숙성되도록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소금이 가해진 추자도산 멸치는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숙성기를 맞는다. 공기가 들어 갈수없도록 두세번씩의 꼼꼼한 포장위에 또다시 대형 고무줄을 이용해 철저하게 마무리를 한다. 이렇게 하면 남포멸치젓의 기본과정이 끝이난다.


만들어진 멸치젓은 따뜻한 강진만 해풍을 맞으면서 일년여간의 숙성기를 갖는다. 숙성기를 거친 남포멸치젓은 알맞게 간이 들어 짜지 않고 통통한 살이 그대로 남아있게된다. 멸치젓을 가져다 풋고추를 썰어서 모양을 내면 밥한공기는 게눈감추듯 금방 해치우게 먹음직스럽운 모습이다.

여기에 또하나의 맛을 좌우하는 비결이 숨어있다. 남포마을에서는 대부분 국내산 천일염만을 고집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해남지역등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에 다른 첨가물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 멸치젓을 만들어 놓는다. 상업적인 이익보다는 주민들이 직접 먹거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값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철학이 숨어있다.


남포마을에서 통통한 멸젓과 함께 선보이는 것은 투명한 멸치액젓이다. 각종 음식물에 가미되 진한 향을 내는 멸치액젓은 더욱 정성이 들어간다. 일년이상 삭힌 멸치젓을 깨끗한 지하수와 섞어 멸치액젓을 만들어낸다. 만들어낸 액젓은 2년여간을 포장된 상태로 이어지면 은은한 액젓으로 다시 태어난다. 맑고 투명하면서 액젓의 향이 은은하게 베어나는 남포 멸치액젓은 김장용 젓갈로 더할나이 없이 유명세가 높다.

남포멸치젓이 주민들에게 각광을 받았던 이유는 낮은 가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입맛 당기는 멸치젓이 가격까지 저렴해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남포마을에서 판매되는 멸치젓과 액젓은 다른지역보다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춘다.


10㎏단위로 판매되는 멸치젓의 가격은 상품(上品) 1만7천원, 일반 멸치젓은 1만5천원에 판매된다. 멸치액젓도 상품 1만7천원, 일반 멸치젓은 1만5천원에 판매되고 대량구입의 경우 흥정을 거쳐 가격도 조종해주는 인심이 남아있다.

현재 남포마을에는 세곳의 대형 판매상이 있고 소규모를 합해 10여곳에 달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로 남포마을의 맛깔스런 멸치젓은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명맥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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