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용의 눈동자
[다산로] 용의 눈동자
  • 강진신문
  • 승인 2019.08.1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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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인류역사상 각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이 많다. 동양인으로 그림을 실물처럼 잘 그렸다는 한 화가의 일화를 살펴본다.
중국 남북조시대 때 양나라 화가 장승요(張僧繇)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붓 하나만 있으면 모든 사물을 실물과 똑같이 그림에 뛰어난 재주를 지닌 화가였다.

그가 그린 동물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서 실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가 사찰 기둥에 까치를 그려 놓자 작은 새들이 무서워 그 곳에 둥지를 틀지 않았다고 한다.
양나라 초대 황제였던 무제(武帝, 464년~549년)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자식들이 그리워서 장승요에게 그들의 초상화를 그려오도록 명했다.

황제가 완성된 그림을 보고 실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기에 크게 감탄했다.
어느 날 장승요는 금릉에 있는 안락사라는 절 주지로부터 벽에 용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벽에다 먹구름을 헤치고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은 용 두 마리를 그렸다.
얼마나 실물과 똑 같이 그렸는지 몸통부터 날카로운 발톱, 비늘 하나까지 아주 섬세하게 그렸기에 사람들이 감탄하며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런데 용의 눈에 눈동자가 없었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자 이렇게 대답했다.
"일부러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습니다.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은 당장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여보시오 거짓말 하지 마시오. 거짓이 아니라면 당장 눈동자를 그려 보시오"
그는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기로 마음먹고 붓을 들어 용의 눈에 점을 찍었다.

그러자 난데없이 벽이 갈라지고 그 틈에서 번개가 번뜩이면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더니 용 한 마리가 비늘을 번뜩이며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사람들은 넋을 잃고 서로 얼굴을 바라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벽을 살펴봤다. 두 마리 용 중 한 마리는 사라지고 아직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용만 벽에 남아있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용을 그리는데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그려 넣는다는 뜻이다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처리함으로써 완성을 이룬다는 말이다.
그림에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들 때 마지막에 떨어뜨리는 참기름 한 방울이 음식의 죄종적인 맛을 결정짓는다.

도자기를 구을 때 초벌구이를 마친 도자기는 투박하지만 몸통에 연한 유약을 발라 가마에 넣으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글도 서론과 본론이 잘 되었다 해도 마무리가 잘 못되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전개가 미흡한 작품도 마무리를 잘하면 반전의 효과가 나타난다.

중요한 업무처리를 할 때 가장 요긴한 대목을 매끈하게 처리하여 전체가 돋보이고 생동감이 넘치게 함을 이른다.
나는 어떤 일을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마무리를 흐리멍덩하게 해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는 필요 없는 사족(蛇足)을 달아 "다 된밥에 재 뿌린"격이 낭패를 보기도 한다.
인생이란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인지 모른다. 하얀 백지로 태어났다가 인생의 종착역에 이르면, 그동안 개개인의 생활과 습관을 통해 그려왔던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이 세상에 흔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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