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희망을 얘기합시다
가을의 문턱에서 희망을 얘기합시다
  • 강진신문
  • 승인 200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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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원<장흥군 부군수, 작천출신>
▲ 강진원 부군수

지난여름은 참으로 무더웠습니다. 연일 35도 안팎의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바람에 한줄기 소나기가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었습니다. 배추가 땡볕에 녹아내려 값이 폭등하는가 하면 모기가 번식을 못할 정도였으니 무덥기는 되게 무더운 여름 한 철이었습니다.

그렇듯 여름을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강진으로 피서 온 것을 보고 흐뭇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강진은 물비린내 물씬 나는 탐진 바다의 해조음이 개펄 속에서 자맥질할 때마다 천상의 소리쯤으로 들려오질 않습니까.

그런 탐진 바다 양켠으로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입니다. 하나는 마량항까지 내처 달리는 코스와 만덕간척지와 사내간척지로 이어지는 코스는 누구든지 아름다운 풍광과 뼈 속까지 파고드는 갯바람에 절로 더위를 잊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 지긋지긋한 여름은 지나갔습니다. 이마빼기를 쪼아버릴 것 같은 더위 때문에 낮에는 낮대로 시달리고 밤에는 밤대로 시달리게 하던 그 지독한 여름도 한 발짝 물러섰습니다. 한 바탕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것입니다. 조석으로 물을 손대면 손끝에 와 닿는 싸늘한 감촉이 가을의 전령인 양 반갑기만 합니다.

여름 며칠을 탐진 바다와 함께 보낸 나는 요 며칠 전 다시 찾아갔습니다. 은어축제를 성공리에 끝마친 군동의 탐진강변에서 마량항 쪽으로 달려보았던 것입니다. 여름의 끝을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청자문화제의 열기와 함께 바다며 대지를 불화로처럼 달구었던 여름 그 며칠을 보낸 탐진바다가 오히려 그립기도 하였습니다. 때마침 양이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탐진 바다는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렇다! 가을이다. 가을이 왔구나.

그런데 이번 가을은 희망을 좀 가져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복더위 끝나고 나면 천고마비의 가을이 오듯이 고통 뒤에는 안식과 행복이 오기 마련 아닐까요. 농촌이 지금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무더위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고통스러웠다고 할지라도 고통을 감수해 냈을 때의 결과는 위대함 그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농촌’그 자체가 삼시세끼 굶지 않고 양식을 얻어낼 수 있는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보릿고개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어쨌든 농촌은 먹을 것을 구하는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요?

이제 먹을 것도 생명과학 차원에서 먹으려고 하는 세상입니다. 농약을 물 붓듯 하는 농작물이나 항생제를 밤낮으로 먹이는 물고기를 먹는 세상은 아닌 것입니다. 요즘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 ‘웰빙’이라는 말도 잘 먹고 잘살자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사실 올 여름에 나를 찾아온 도시인들은 한결같이 탐진 바다 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맑은 공기,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사는 것에 참가치를 두고 있었습니다. 성전에 있는 베스트 농촌 체험 민박을 두고 포근함을 담은 웰빙 호텔이라고 감탄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단 우리 농촌은 그 도시인의 말처럼 살기 좋은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당연히 도시 생활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만, 그래도 뭔가 해볼 수 있는 근간이 있기 때문에 도시를 고집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농촌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래서 나름대로 일정한 수입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농업이 나아갈 길은 분명합니다. 농민들의 교육을 통한 새로운 의지입니다. 자신감과 기술을 무장해보겠다 라는 의지입니다. 이런 의지를 바탕으로 중국 귀족1억 명 상대와 일본을 상대로 한 수출 농업육성입니다.

그리고 국내 도시고객을 위한 친환경 농업이며 젊은 농민은 미맥 우주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갖춘 특작을 확대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농업인 스스로가 나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쿠바의 유기농업을 들은바 있는데, 그 나라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유기농만으로 자급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도 전망이 반드시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지배적입니다. 대 도시의 근교농업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현실이고 볼 때 농촌도 텃밭 정도는 그렇게 가꿀 수가 있다는게 농업학자들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 가을을 맞아 농촌이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의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희망은 희망을 가진 자만의 것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 모두 희망의 가을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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