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산 약수터'는 남녀 혼탕?
'북산 약수터'는 남녀 혼탕?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4.07.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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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교대로 목욕하고, 비누 칫솔질하고, '북산'이름도 버젓이. "약수터가 목욕탕인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9일 오후 3시 30분쯤 보은산 약수터. 깨끗한 물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아 강진에서 가장 유서깊은 약수터중의 한 곳이다.

대낮 시간이지만 등산객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약수터에 들른 사람들은 예외없이 물을 마시며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또 옆에 마련된 각종 체육기구에서 몸을 단련하는 사람도 여렷 있었다.

▲ 약수터 내부. 목욕하기에 좋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이 약수터에는 체육기구에서 불과 5m 정도 떨어진 곳에 목욕탕이 있다. 푯말은 ‘북산돌샘’이라고 새겨져 있지만 사방이 막혀 있는게 누가 봐도 목욕탕이다.

목욕탕쪽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물을 끼엊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 목소리가 들려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자 남자 두명이 발가벗고 물을 뿌리는 중이었다. 한남자는 안쪽에 마련된 의자에 팔을 기대고 팔굽혀 펴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땀을 식히고 있던 한 주민(여)은 “상당수 남자들은 으레 목욕을 하더라”고 말했다.

▲ 약수터내부에서 남자들이 목욕중인 것을 모르고 여성 등산객들이 탕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얼마되지 않아 5명의 여자 등산객들이 올라왔다. 이들은 곧장 목욕탕 입구쪽으로 걸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주민이 “안에 남자들 있소”라고 외치자 움찔 하며 되돌아 왔다.
그늘에 앉은 주민(여)은 “목욕할 때 비누는 절대 쓰지 않고 물만 뿌리고 간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나온 후 약수터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자율적으로 청소를 하는지 바닥은 깨끗했으나 여기저기 비누조각이 보이고 귀퉁이엔 빈 비누종이와 치약들이 쑤셔 박혀 있었다.

▲ 약수터 내부에서 발견된 비누조각과 비누포장지, 치약등

탕안에서 담 밖으로 연결 된 길이 3m 정도의 배관 끝으로 가보았다. 탕에서 흘러나온 갖가지 비누조각과 머리카락등 오물들이 수북히 쌓여 하수통을 방불케 했다. 약수터 건너편에 모 사회단체가 세워놓은 ‘환경보호를 위해 비누와 샴푸는 절대 사용하지 맙시다’라는 간판을 무색케 했다. 

주민 A씨(남)는 “한번은 약수터 안으로 들어갔는데 여자들이 머리에 샴푸를 가득 칠하고 목욕을 하고 있더라”고 혀를 찼다. 약수터가 남녀 공동 목욕탕으로 변질된 것이다.

‘북산 약수터’에서의 목욕은 이렇듯 일반화된 일이여서 일부 여성 이용자들은 “여자

▲ 약서터 안에서 흘러나와 나무아래 쌓여있는 쓰레기들
목욕탕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이 애용하는 약수터에서 목욕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게 뜻있는 주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토양오염도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원래는 이곳에 여자목욕탕이 따로 있었으나 지난 99년에 강진읍에서 담을 헐어 버렸다. 이에따라 현재 남아있는 ‘남자용 약수터‘도 담을 헐어 목욕을 할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약수터에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남겨둔 것 자체가 문제다”며 “약수터로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수터 주변 곳곳에 적혀 있는 ‘북산’이란 글귀도 하루속히 고쳐야 할 부분이다. 강진군은 지난 2002년 2월 ‘북산’의 이름을 ‘보은산’으로 바꾸고 각종 간판이나 이정표를 대부분 교체했으나 이곳에는 두 곳이나 북산이란 표지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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