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도 힘들지만 외로움이 더 고통"
"가난도 힘들지만 외로움이 더 고통"
  • 김철 기자
  • 승인 2004.06.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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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의달 보내고 있는 읍 송현리 최점임할머니

6월은 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지키기위해 목숨을 마친 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감사드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훈가족들에게 6월은 훈장의 아름다움보다는 가슴속 복받쳐오는 한(恨)을 참아가면서 생활고에 견디는 씁쓸한 나날의 연속이다. 특히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의 경우는 더욱 마음속에 사무친다.

강진읍 송현리에 사는 최점임(74)할머니는 요즘 부쩍 사람을 그리워한다. 평소 인적이 드문 마을에 사람냄새를 맡기가 힘든것도 있지만 6월이 되면 가족들이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손자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는 최할머니는 한많은 6월이 다가온 것이 그리 달갑지 않다. 최할머니의 남편 이종옹은 6·25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이다.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이옹은  지난 54년 4월 정부로부터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자랑스럽던 훈장은 생활을 윤택하게 하지는 못했다. 최할머니는 생활고를 해결하기위해 갖은 노동일에 나서야했고 2남2녀의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지난 86년 남편 이옹마저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도 생계를 위해 최할머니의 곁에서 객지로 떠나갔다.

최할머니는 남겨둔 재산이나 땅도 없는 상태에서 손자와 단둘이 생활하기에는 힘겨운 나날들이였다. 하루품삯으로 생활을 하고 친척에게 집을 무상으로 임대해 집안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오랜 노동의 후유증으로 요즘 최할머니는 정상적인 활동이 힘들다. 중풍증상으로 오른손과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매달 약으로 버티면서 힘든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할머니가 한달에 만지는 돈은 고작 26만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나눠지는 20만원의 보조금과 국가유공자가족에게 전해지는 6만원이 한달간 사용할 수 있는 돈의 전부이다. 손자의 통학비와 생활비를 지출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을 찾고있는 최할머니의 지갑은 항상 비어있을 수 밖에 없다.

고통스런 삶을 살고있는 최할머니에 대한 사회의 냉대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일주일에 한번 후견기관에서 점심식사를 보내오는 것이 유일한 지원책이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최할머니에게 단돈 몇만원의 지원보다는 따뜻한 말벗이 필요한 것이다.

최할머니는 “가난도 힘들지만 병으로 항상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며 “누군가 찾아와 대화상대라도 해주면 마음의 위안을 삼을수 있을것”이라고 흐느꼈다.
현재 관내에는 국가유공자와 가족등 431명이 생활하고 있지만 대부분 넉넉지 않은 살림속에 주민들의 따뜻한 관심을 기대하고 있다./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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