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량옹기 정윤석씨 도무형문화재 지정
칠량옹기 정윤석씨 도무형문화재 지정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4.05.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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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떄부터 50년 외길 묵묵히 걸어와

칠량 옹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윤석(64·칠량면 봉황리)씨가 최근 전라남도 공예기술 무형문화재로 선정됐다. 천직(賤職)으로 여겨져 온 독짓는 일을 천직(天職)으로 삼아 50여년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결과였다.

30여 가구가 옹기 만드는 일에 종사했던 봉황마을에서 생산된 칠량 옹기는 멀리 함경도지방은 물론 가까이는 돛단배에 실려 여수, 목포, 제주도 등 전국 각지로 불티나게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6살 때부터 옹기를 만들기 시작한 정씨는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옹기를 빚고 있다. 칠량 영동에서 채취한 흙을 반죽하는 것에서부터 물레질, 유약 입히기, 불 때기 등 모든 과정을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방법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약은 콩대나 메밀대를 태운 재와 황토를 일정비율로 물과 섞은 자연 잿물을 사용하며 가마의 온도를 1천200도까지 올려 옹기를 구워내기 때문에 다른 옹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질이 단단하다.

정씨는 기법뿐만 아니라 옹기를 빚는 도구도 전통적인 것을 지켜가고 있다. 힘을 덜 들여 옹기를 만들 수 있는 전동 물레를 마다하고 정씨는 아직까지 발물레를 이용해 옹기를 빚는다. 힘은 들어도 발물레가 섬세한 작업에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한눈팔지 않고 전통 옹기의 명맥을 지켜온 정씨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플라스틱과

스테인레스 그릇들이 보급되면서 옹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을주민들이 하나둘 독짓는 일을 포기하면서 정씨도 수차례 어부로 나설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셋째 아들 영균(38)씨가 군을 제대하고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면서 정씨는 더욱 옹기 빚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봉황마을 끝자락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동막(작업장)에서 정씨는 전통 옹기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가고 있다.

정씨는 “흙 고르기에서부터 가마에 굽기까지 옹기 작업이 너무 힘들어 그만 두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옹기는 인생의 전부였다”며 “칠량 옹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닿는 한 물레를 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조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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