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림그리는 이발사"
"난 그림그리는 이발사"
  • 김철 기자
  • 승인 200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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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관 겸 화실...틈만 나면 가위대신 붓


대구면소재지에는 낡은 이발관이 하나 운영되고 있다. 30여년을 넘긴 낡은 목조건물로 들어가면 바깥모습과는 달리 이발관안에는 서예작품과 동양화들이 곳곳에 걸려있어 궁금증을 갖게한다.

낡은 이발관은 광성이발관이란 이름으로 추 림(60)씨가 운영하는 이발관이자 작은 화실이다. 손님들이 찾아오는 시간에 추씨는 빗과 길다란 가위를 손에 쥐지만 잠시 시간이 생기면 어느새 추씨의 손에는 가위대신 조그마한 붓이 잡혀있다.

추씨가 그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3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던 추씨는 서예학원을 다니면서 붓글씨를 배우기 시작했다. 붓글씨를 배우면서 동양화에 대한 욕심도 생겨났고 전문적인 교육도 받았었다.

10년이 흐른뒤 직장을 관두면서 추씨의 생활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추씨는 군시절 배웠던 이발기술을 이용해 광주와 서울에서 이발소를 운영도 했었고 다른 비디오가게도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생활이 힘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뒤따르면서 자연스럽게 추씨는 그림과 멀리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광주에서 회원전을 갖고 시전과 도전에도 각각 입선한 경력이 있는 추씨는 그림에 대한 열망을 버릴수가 없었다. 5년전부터 붓을 잡는 횟수가 늘어났고 요즘 추씨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림에 할여하고 있다.

현재 추씨의 이발관을 애용하는 손님수는 그리 많지 않다. 시설이 좋은 읍내에 위치한 이발관을 찾거나 미용실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장당 3만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생활을 위해 그림을 그려야 하지만 추씨는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다.

추씨는 “생활은 어렵지만 그림을 그릴수 있는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며 “많은 작품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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