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인 2009년 5월 23일. 고 노 무현 대통령이 목숨을 끊었다. 그때 기억난 기사 한 토막. 상주의 완장을 두른 문재인은 조문을 온 대통령 이명박을 맞았다. 주위에서는 욕설이 터지고 일부 조객들이 그의 문상을 막았다. 하지만 그는 의연하게 이명박을 대했다. 그리고 배웅까지 마쳤다.

그런데 그 뒤의 일. 그는 내실로 들어와 대성통곡을 했다. 얼마나 우는지 실신을 할 것 같아 119를 불러 병원으로 보냈다는 권양숙 여사의 후일담이다. 그런데 엊그제 5월 23일 이명박은 죄수로서 법정에 섰다. 그때와 똑 같이 들판엔 하얀 찔레꽃이 피고 비둘기가 울어대는 그날-. 또 하나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작년 2017년 5월 23일 역시 박근혜가 처음으로 법정에 섰던 날이다. 5월 23일은 3대에 거친 대통령이 죽거나 법정에 서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렇듯 5월 23일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권력이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과 관련된 일들이다. 후에 사가들이 밝혀 기록할 일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결과라는 것이 작금의 여론이다. 당시 한미 FTA협정으로 인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에 광화문 촛불집회가 매일 열리고, 이 명박의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그것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구정권의 사주 때문이라는 정보기관의 보고가 들어오자 이명박은 박연차 게이트를 획책했고, 그것도 실체는 물론 입증까지 어렵게 되자 이른바 '논두렁시계 사건' 까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당시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근거는 나타나지 않고 통화 내용은 물론 통화한 기록조차 없었다는 당시 수석 변호사였던 현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증언이다. 그리고 당시 검찰 수사팀장이었고 지금은 미국에 칩거 하고 있는 이인규씨 또한 지금 언론을 통해 논두렁 시계사건은 국정원의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진위여부를 불문하고 국가 최고 권력에 얽힌 일들인 것이다.

권력.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지사에서부터 시군구 의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며 표 구걸(?)을 한다. 그 모습이 마치 불빛을 보고 뛰어드는 부나방 같다. 그런데 그 얼굴들에 교활함이 서리서리 배어있다. 교만을 감춘 하나같이 가증스러운 얼굴들이다. 입가에 미소를 띠며 웃는 얼굴이 느글느글하다. 매일아침 바닷가 산책을 함께하는 친구가 말했다. 그들 모두가 한결같이 부끄러움이 없는 얼굴들이라고.

부끄러움은 인간의 가장 큰 덕목이다. 하긴 부끄러움이 있었다면 아예 남 앞에 나서지를 않았을 것이다. 권력의 모태인 당(黨)자를 파자(破字)하면 집 당(堂)과 검을 흑(黑)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검은 무리들이 모여 있는 집인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일찍이 장자는 말했다. "권력은 까마귀의 썩은 쥐와 같다고, 그래서 백로에게는 아무소용이 없다" 고. 이조때 황희 정승은 많은 사람들이 천거를 해도 벼슬을 고사했다. 그것도 무려 80 여 차례나. 주위에서 어떤 자리에 나가라고 하면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다고 극구 사양하는, 그래서 "OO단체장영입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그런 세상이 언제나 올까? 백성이 아닌 국민이 격양가를 부르는 이른바 요(堯).순(舜)의 시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