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증을 아십니까
진폐증을 아십니까
  • 사회부
  • 승인 200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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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중반 이후 관내주민 14명 사망...지역차원 관심필요
지난달말 순천시 조례동 산재의료관리원 순천병원 영안실. 도암의 장모씨(73)가 12년간의 진폐증 투병끝에 숨을 거두어 분양소가 차려졌다. 이 병원은 산업재해로 판명된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는 곳으로 강진사람들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장씨는 3일장을 치르고 대구의 선산에 묻혔다.

장씨는 지금은 폐쇄된 도암의 (주)한국유리에 10여년간 근무했었다. 정년퇴임 후 1년뒤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느끼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진폐증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장씨는 순천병원에 입원해 기나긴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그렇게 9년을 지내다 3년전부터 몸을 가눌 수 없게돼 장씨의 부인이 병원에 상주하며 간병을 하기 시작했다. 장씨의 부인 역시 3년 동안병실을 지켜야 했다.

진폐증은 폐에 석면이나 규사가 박혀 폐가 서서히 굳어가는 불치의 병으로 한번 걸렸다 하면 십중팔구 악화일로를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에 따르면 지난 80년대 중반이후부터 최근까지 강진지역에서 진폐증으로 사망한 사람이 강진광업 출신 6명, 한국유리 출신 4명등 무려 14명에 이르고 현재 진폐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도 다섯명에 이르고 있다. 또 진폐증 증세때문에 일정기간 병원에서 요양을 했던 사람도 63명에 달한다.

진폐증이란 한가지 직업병으로 20여명에 이른 주민이 사망했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입원을 했던 사람들도 언제 증상이 심화될지 모른다.

80년대초 한국유리로 대표됐던 규사광산은 농사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던 농촌주민이나 영세민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주는 회사였다. 지역사회에 미친 경제적 효과도 대단했다.

당시 한국유리란 중견기업은 상당한 고용창출과 함께 직원들의 후생복지도 최선을 다했던 기업으로 지금도 평가받고 있다. 지금 가동중인 다른 광산업체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세월이 가면서 근로자들의 경제적 생활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들의 폐에는 유리원료인 규사가 쌓이기 시작했다. 생산현장에 있던 근로자들은 특수마스크를 제공받았으나 워낙 미세했던 규사먼지는 마스크 사이로 스며들어갔다. 사무직들도 진폐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미 문을 닫은 모 광산의 경우 현장의 작업환경이 극도로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재해 질병인 진폐증에 대한 정부지원 체제는 잘되어 있는 편이다. 진폐증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는 모든 치료비가 지급되고 간병비도 받게된다. 사망하면 장례비와 함께 일정규모의 보상금도 받을 수 있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지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지역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진폐증 환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체계가 구비되어 있지만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변변한 제조업체 하나 없던 강진에서 진폐증이란 직업병을 얻어야 했던 사람들이야 말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게 살았던 주민들이 아닐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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