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처리 모범자치단체 경남남해군
묘지처리 모범자치단체 경남남해군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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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확고한 의지 '질서있는 묘지문화' 탈바꿈

강진이 묘지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묘지문제는 강진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국 자치단체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에서 경남 남해는 묘지처리를 가장 잘 한 모범 자치단체로 꼽힌다. 불법묘지가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묘지를 적절한 곳으로 모아지게 유도하는게 남해군 묘지정책의 핵심이다.

우선 남해군이 묘지정책을 철저히 시행하게된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남해군 주민생활과 정현포씨는 “장기적으로 남해군은 관광지역으로 발전돼야 하는데 묘지 때문에 할 수 있는게 없을 정도였다. 어느것 하나 세우려해도 묘지 때문에 막히는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는 관광강진을 표방하는 강진군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묘지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어날 경우 모든 관광사업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게 남해군의 설명이다.

■공무원들의 노력

남해군은 장사등에 관한법률이 공포되고 1년동안의 유예기간에 들어간 지난 2002년말 이후 본격적인 묘지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법을 어길 경우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매장에 대한 애착이 강한 섬지역에서 이같은 논리가 쉽게 통할리 없었다.

법이 시행되면서 주민들과 자치단체간에 본격적인 마찰이 시작됐다. 관련공무원들은 초상이 난 집은 무조건 찾아가 상주를 1:1로 면담했다. 장지를 향해 출발하는 상여를 가로막는 경우가 허다했고, 매장 직전의 관을 제지한 경우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을 집안의 원수처럼 생각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들의 고발로 공무원이 법정에 서기도 했다.

그러한 싸움이 1년여 이상 지속됐다. 그 결과 지금 남해군은 질서있는 묘지문화가 들어서 자치단체가 현지주민들 중 불법묘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자신할 정도가 됐다. 주민들은 군의 계도를 잘 따라주고 있다. 수십개 공동묘지가 잘 관리돼 망자의 45%정도가 들어가고 있고, 공원묘지가 조성돼 있어 여기를 이용하는 주민들도 20%에 이른다. 나머지 30% 정도는 화장(火葬)을 선택하고 있다.

‘집안의 원수‘가 돼가며 철저히 불법묘지 조성을 막았던 공무원들도 합리적인 묘지조성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군의 정책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장사법에는 매장신고는 장례 후 한달이내에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남해군에서는 이 법이 통용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매장을 원하는 경우 사망 한달전 쯤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 묘지 설치가능성을 군에 타진하고 있다. 군은 주민들의 요청서가 접수되면 산림, 농지, 지적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정확한 측량을 한 다음 최종 허가서를 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남해군에서는 노환이나 중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이미 묫자리를 정해둔 경우가 많다. 미리 매장부터 하고 한달후 신고할 경우 불법묘지가 대다수이고 파묘도 여럽기 때문에 미리 합법적인 허가를 받도록 군에도 유도한 결과이다.   

■정책적인 뒷받침 

공무원들이 묘지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과 대치할 수 있었던 것은 군 자체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주민들과 마찰이 있거나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묘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군수들의 의지가 대단했다. 민선2기 시절 김두관 전 군수가 묘지정리의 원칙을 세웠고, 민선3기들어 하영제군수는 “남해군 만의 특색있는 장묘문화를 개선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이같은 의지는 2002년 10월  '남해군 사설묘지 설치기준규정적용에 관한조례'를 만드는 것으로 구체화 됐다. 이 조례는 관련법을 철저히 적용하되 비 현실적인 내용은 남해군에 맞게 조정한 것이었다.

조례제정을 놓고 의회내에서 팽팽한 찬반토론이 진행됐고 결국 의회를 통과한 조례는 상위법과 배치된다는 이유 때문에 경상남도에서 재심요구를 받기도 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조례는 개인묘지의 경우 장사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거리제한을 그대로 적용하되, 군도나 읍·면소재지가 아닌 곳 등으로부터는 토지나 지형의 상황을 감안해 거리제한을 조금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신설하는 개인묘지는 △국도와 지방도로부터는 300m 이상 떨어져야 하고, △군도로부터는 24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포함됐다. 또 △20호 이상의 인가 등이 밀집한 지역 중 읍·면소재지로부터는 5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고, △읍·면소재지가 아닌 지역으로부터는 400m 이상 떨어지도록 규정을 두었다.

법을 철저히 적용하면서도, 자체적인 규정을 두어 부부간에 묘를 쓸 경우 예외를 허용하는 규정도 두었다. 부인이 남편보다 나중에 사망해 남편옆에 뭍히고 싶어할 경우 수자원보호구역이나 문화재보호구역등이 아니면 거리제한을 적용하지 않고 남편곁에 매장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남해군은 화장을 장려하기 위해 오래된 묘에 대해서도 1구당 15만원의 개장장려금을 지급했다. 이는 문중 납골당을 조성할때만 지원금을 주는 강진군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남해군은 올들어 또다른 묘지문화에 도전하고 있다. ‘납골평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납골묘 확산의 역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국토훼손과 미관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 또 올해안에 공설공원묘원에 승화원(화장장)을 건립해 외지 화장장을 찾아야 하는 군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화장문화 확산에도 기여케 할 계획이다.

납골평장이란 화장한 유골을 납골함에 담아 봉분을 만들지 않고 땅에 묻는, 화장과 매장이 결합된 안치법을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 인위적으로 납골묘(당)을 만들어 안치하는 대신 완전히 자연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남해군 사회복지과 사회복지담당 김종윤 계장은 “납골묘 설치가 늘면서 오히려 납골묘가 흉물로 변해 관광남해 이미지를 해치고 개발사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며 “납골평장을 하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납골묘 설치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주요한 장묘정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해군사례의 의미

남해군의 철저한 묘지관리는 다름아닌 지금 남해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일이었다. 그러나 묘지문제는 지금 살고 있는 남해주민들과 자치단체의 갈등을 필연적으로 야기하기 때문에 민선자치단체장의 의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해군의 한 공무원은 “군수님의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일이 묘지정책”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남해군이 묘지정책의 선진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강진군의 경우 남해군과 같이 관광강진을 추구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묘지문제를 단순히 국토가 좁아진다는 협의적인 사고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강진군에서 추진하는 모든 개발정책이 묘지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의 묘지문제는 모든 문제의 근간으로 다뤄야 한다는게 남해군의 사례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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