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강산' 막을길 없나
'묘지강산' 막을길 없나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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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단속. 공원묘지 조성. 납골장려등 시급

■묘지 실태

강진읍에서 도암방향으로 내려가다 임천리저수지와 영파리를 지나면 오른쪽에 한무리의 묘지가 조성돼 있다. 주변에 아직 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일대가 경작을 하는 밭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주변에 묘지가 자그마치 40여개가 밀집돼 조성돼 있다. 밭작물을 재배하는 땅이 사실상 준 공동묘지나 다름없게 변해버린 것이다.

▲ 강진읍에서 도암으로 내려가다 영파리를 지나면 만날수 있는 묘지군. 예전에는 밭이였으나 지금은 50여기의 크고 작은 묘지가 들어서 있다.
이 일대에 묘지가 들어선 것은 약 5년여 전부터. 처음에는 3~4개의 가족묘가 들어섰으나 교통이 좋고, 토질이 좋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우후죽순 처럼 묘지가 들어섰다. 무엇보다 이 일대는 앞으로 묘지로 조성될 땅(밭)이 모양좋게 남아 있어 도시 사람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곳으로 통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성전과 병영, 작천등 광주권이나 목포권에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변 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로변이라면 칠량이나 대구등지도 큰 차이는 없다.    

▲ 성전에서 작천으로 넘어가다 보면 왼쪽으로 보이는 묘지들. 예전에는 야산과 밭이었는데 공동묘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성전에서 작천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야산과 밭은 공동묘지를 방불케 하고 있다. 5년이상 된 묘들도 많고, 올들어 들어선 묘도 적지 않다. 14일 오후 이 일대를 차를 몰고 돌아보자 곳곳에 묘지 터를 닦아놓은 곳이 눈에 띄고 엊그제 세웠을 것으로 보이는 묘는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햇빛가리개를 덮어두었다.

▲ 지난 16일 오후 성전 수암마을 부근에서 포크레인이 동원돼 묘를 조성하고 있다.
성전 수암마을 입구에 가까워지자 평일이었지만 멀리서 묘를 만들고 있는 포크레인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수암마을 오른쪽에는 묘를 쓰기 위해 산림을 훼손한 부분 세곳이 마치 기계충처럼 선명했다. 마을주민들은 “산을 훼손하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는 처지라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정부에서 국토잠식을 막기위해 납골묘를 장려하고, 매장을 억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농촌산야의 공동묘지화는 변치않고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의 체감도 마찬가지다. 성전의 한 주민은 “묘지가 늘어나는 속도가 전혀 완화되지 않고 있다”며 “묘지가 많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묘지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들어서는 윤달이 들었다는 이유로 이장이 대거 이뤄지고 외지유골까지 들어오면서 여기저기 새로운 묘들이 집단으로 들어섰다.

■불법상황

그럼 이렇게 늘어나는 묘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결론적으로 대부분이 불법이라고 규정해도 큰 하자가 없을 정도다.

▲ 작천 퇴동마을 입구 건너편 산. 산한면이 완전히 가족묘지화돼 있다. 제일 뒷쪽 두군데가 실제 묘지일뿐 아래쪽은 미리 조성해 놓은 가묘이다.
우선 주무기관인 강진군의 자료를 살펴보자. 모든 묘지를 만들때는 일단 토지전용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산림일 경우 산림전용신고를 해야하고, 농지(밭 포함)일 경우에는 농지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 다음 최종적으로 군청민원부서에 묘지설치 신고를 하면 분묘를 설치할 수 있다.

올 들어서 강진군에 접수된 묘지 설치를 위한 산림전용건수는 20건이고 농지전용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민원부서에 최종적으로 신고된 묘지 설치신고는 총 17건. 산림전용을 하고나서도 묘지를 쓰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올들어 강진관내에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묘지를 설치한 숫자가 20여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이라는 말이 된다. 윤달이 끼어 대대적인 신규묘지가 늘어난 올해에 불법으로 조성된 묘지가 대다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단속실태와 처벌수준

강진군은 최근 무단 산림훼손 묘지조성 여부를 단속해 7~8건을 조사중이다. 단속대상은 그나마 도로변에 설치된 묘지나 신고가 들어온 묘지에 집중돼 산속에 숨어있는 산림훼손은 찾아내기 조차 힘들다.

밭에 무단으로 묘를 조성한 경우는 완전히 단속의 사각지대가 되어가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올들어서도 밭에 묘지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지만 묘지를 조성한다며 농지조성을 신고 한 경우는 3건. 강진군 관련부서도 불법 농지전용 여부를 올들어 한차례도 단속하지 않고 있다. 단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론 처벌받은 사람도 없는 상태다.

일단 단속이 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나 다름없다. 몇차례 분묘를 이전하라는 공문을 보낸 다음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해 벌금형(최고 500만원) 정도를 받게하는게 고작이다. 물론 당사자는 전과자가 되는 쓴 맛을 보게 되지만 한번 훼손된 산림이나 농지는 원상복구가 어렵게 되고 묘지는 아무 탈 없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게 지금 묘지관련법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묘지를 조성할 때는 먼저 일을 저질러야 하고, 재수 없으면 벌금 좀 물면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 두가지 사례는 이같은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작천면 퇴동마을 입구 건너편 산에 지난 95년 불법묘지가 들어섰다. 산이 급경사인데, 광주사람이었던 묘지주인은

▲ 작천 갈동저수지 아래 훼손된 산림. 기존묘지에 진입로를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산의 8부능선지점에 묘를 조성했다. 급경사의 산에 꼬불꼬불 도로를 뚫어 콘크리트 포장한 길이 자그마치 920m에 이르고, 묘지주변은 사정없이 파헤쳐졌다.

당시 군이 내린 조치는 묘주에 대한 벌금형(군은 정확한 액수를 기억할수 없다고 했다)이었다. 벌금을 낸 묘지주인은 모든게 사면됐다. 군은 처벌이 끝나자 900m가 넘은 도로를 그냥 방치할 수 없어 임도로 용도변경까지 해 주었다. 지금 이곳은 산을 층층이 깎아내려 매 층마다 2기 씩 총 10여기의 가묘를 조성, 앞으로 단계적으로 사자를 매장할 준비를 해 두고 있다. 산 한면을 완전히 가족묘지화 해버린 것이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작천 갈동마을에서 갈동저수지쪽으로 올라가면 왼편으로 다랑치논이 이어져 있다. 조그만 길로 접어들어 이 다랑치논을 따라 1,5㎞ 정도를 올라가면 거대한 묘지군이 나온다. 진입로에는 콘크리트를 포장했고, 1천5백여평의 부지에는 10여기의 크고 작은 묘지들이 각종 비석물과 함께 세워져 있다.

이곳은 군은 물론 마을 주민들 조차 존재사실을 잘 모를 정도로 완벽하게 은폐돼 조성된 묘. 조성년대가 96년으로 추정됐는데, 이곳을 둘러본 군 관계자는 “불법으로 조성된 묘지이지만 산림을 훼손한지 5년이 지났기 때문에 법정시효기간이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묘를 조성했으나 법적 기간이 지나버려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

호화분묘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을 하되, 일반 주민들이 묘터로 사용할 수 있는 공원묘지가 들어서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반주민들의 경우 화장을 하지 않을 경우 매장을 해야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주변밭이나 산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다. 예전에는 각 면단위나 주요마을별로 공동묘지가 있어 일반주민들의 장례지로 활용됐으나 요즘에는 이 마저 없어 밭과 산이 유일한 묘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강진군에는 공식적으로 관리되는 공동묘지가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 작천 갈동마을 뒷쪽에 있는 1천500여평의 호화묘지. 산 한면을 완전히 깎아 버렸으나, 산림법 공소시효기간인 5년이 지나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매장및묘지등에 관한 법률시행규칙을 잘 홍보해 주민들이 법을 몰라 불법묘지를 조성하는 일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도 당장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상당수 주민들이 묘지를 조성할 때 전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귀찮아 그냥 묘를 쓰는 일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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