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방음벽에 '쾅~쾅' 애꿎은 새들의 죽음
투명 방음벽에 '쾅~쾅' 애꿎은 새들의 죽음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4.24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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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량면 투명방음벽 '새 무덤'전락... 종류도 다양

작년말 추가 공사 이후 사고 더 늘어... 방지책 효과는 미비

이곳 방음벽 아래에는 비둘기 이외에도 까치와 참새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의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
차량소음을 막기 위해 설치한 투명방음벽이 '새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새들이 무심코 하늘을 날다가 투명으로 된 방음벽에 부딪쳐 죽는 현상이 계속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 맹금류의 모양을 본 뜬 스티커까지 등장하는 등의 예방책이 마련돼 있지만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19일 국도 23호선 한 구간인 칠량면소재지삼거리. 칠량면에서 강진방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설치된 투명방음벽을 따라 걸어보니 새들의 사체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주변 논과 산을 비행하는 새들이 투명방음벽에 충돌한 탓이다. 100m정도를 걷는 사이 방음벽 아래에 떨어져 죽은 새만 서너 마리. 작은 참새부터 까치와 비둘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주민 A씨는 "주변에 나무도 있고 논과 밭도 많아 먹이가 될 만한 것이 풍부해서 그런지 조류들의 이동이 많은 편이다"며 "그만큼 그동안 상당히 많은 새가 방음벽에 부딪혀 죽었고 그중엔 처음 보는 희귀한 조류도 발견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새들의 충돌사고가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데는 투명방음벽의 길이도 한몫 더하고 있다는 게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곳 방음벽은 작년 말 그 길이가 더욱 늘었다. 주민들의 소음민원이 계속되자 국토관리청이 추가공사에 나섰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높이 3m에 이르는 투명방음벽이 170m 더 설치되면서 총 길이는 500m가까이 늘었다.
 
국토관리청 순천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이 소음에 따른 불편과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방음벽 추가설치를 요구했고 작년 말 추가 공사에 나섰다"면서 "새의 충돌을 막기 위해 '버드세이버'를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버드세이버는 독수리, 매 등 맹금류의 모양을 본뜬 대형 스티커로 새들이 투명한 유리나 벽 등에 부딪혀 죽는 것을 예방하는 장치다. 투명한 유리나 벽 등에 버드세이버를 부착하면 하늘을 나는 참새 등 작은 새들은 이를 천적으로 인식하고 피해간다는 것이 국토관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스티커의 간격이 넓고 빈 공간이 많아 별반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주민은 "방음벽 전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게 아니어서 새가 빠르게 날아가다 스티커가 붙여지지 않은 공간에 부딪힐 수 있다"면서 "스티커를 더 많이 붙이거나 특정 색깔을 입혀 새들의 식별을 돕는 식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들의 사체가 제 때 처리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해당 시설물과 도로의 경우 관리주체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순천국토관리사무소이다 보니 발생 문제에 있어 즉각적으로 대처하기에 사실상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이에 국토관리청 순천국토관리사무소는 "시설물 기능과 조류 보호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며 "현재로선 '버드세이버'를 설치하는 것 이외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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