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주의 재래시장, 지역민의 단골에서 세계인의 문화의 장으로
[기고] 호주의 재래시장, 지역민의 단골에서 세계인의 문화의 장으로
  • 강진신문
  • 승인 2017.04.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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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식 · 강진군의회 의원>

3월의 시드니는 꽃샘추위의 한국과는 달리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도시 전체가 공간이 넓고 여유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여유 있어 보이는 시드니의 주민들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쇼핑을 하는지 보기 위해 호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대 규모의 시장인 시드니(구 플레밍턴) 마켓으로 향했다.

시드니 마켓은 1830년대 시드니의 한 지역에 생긴 소규모의 지역시장이였는데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장소가 협소해지고 주변 경관을 해치게 되자 1960년에 현재의 위치로 모든 상점을 옮기게 되었다.

장소를 옮기자 더욱 큰 규모의 시장을 구축하고 더 많은 종류와 수량의 물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규모가 크다보니 이 마켓은 크게 7개 정도의 구조가 나뉘어져 있었다.

과일, 채소, 꿀, 고기, 해산물, 빵 등의 신선한 식자재를 판매하는 마켓에서는 500여개가 넘는 상점에서 방문객들과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6000여개의 소매업과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농산물 시장, 정부에서 인증한 유기농 농산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유기농 시장, 호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고시장, 화훼시장 등이 있다.

또한 공간을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일반 가정에서 불필요하게 된 물건들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었다.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쓸 만한 물건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되팔고 하는 검소함이 엿보였다.

'축구장보다 훨씬 큰 규모의 마켓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의 답은 가격과 품질이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토마토가 들어있는 상자 1개가 한화로 약 4~5천원, 망고가 20여개 들어있는 상자가 약 8천원 정도였다.저렴하면서도 농장에서 바로 수확하여 신선한 상품들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수요와 공급, 질 좋고 저렴한 물품을 찾는 소비지와 최대 수익을 얻기 위한 생산자를 중간 유통을 줄여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이 바로 시드니 마켓이 아닌가 싶다.

이 마켓에서는 각국의 명절을 기념하는 전통놀이나 전통행사를 하고, 전시나 음악공연 등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제공하고 있었다. 한국의 추석을 함께 즐기기 위해 강강술래 행사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단순하지만, 실현되기 어려웠던 이 구조를 유지시키며 성장시킨 것은 단순히 물건을 거래하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장에 오는 사람들의 배경인 인종, 역사, 전통,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였나 싶다. 이러한 참된 노력이 오늘의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한다.

최근 강진의 시장을 보자. 오감통이 문화예술의 장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과 활력도 넘치고 있다. 광주의 남광주시장, 대인시장도 야시장을 통해 전통시장을 부활시켰다. 시장 본연의 가치를 발전시키면서, 매일 축제 같은 전통시장으로의 변신은 확실히 시대적 흐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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