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74)씨의 지난 4년은 악몽과도 같았다. 차에서 쪽잠을 자던 날이 수개월이었다. 하루 두 끼니를 챙겨먹는 것조차 사치였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공사판도 전전했지만 칠순(七旬)의 나이를 반겨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서울을 떠나고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며 그렇게 살길을 찾았지만 비참한 현실은 어딜 가든 계속됐다. 세월이 야속했고 처지가 서러웠다.
 
떠돌이 생활을 하다 강진까지 오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어느 겨울날이었다. 수중에 남은 돈으로 4평 남짓한 월세방을 얻어 석 달을 버텼지만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간간이 일을 했어도 남는 것은 밀린 월세와 만 원짜리 몇 장이 전부였다. 일자리 없는 현실은 방 안의 한기보다 더 매서웠다. 매일 밤을 '죽는 게 낫다'고 울부짖었다. 죽음의 코앞에서 발길을 돌린 적도 여럿 날이었다.
 
지난 12일 읍내 한 월세방에서 만난 김씨는 웃음 띤 얼굴로 읍사무소직원들과 기자를 반겼다. 김 씨의 표정은 밝았고 옷차림은 깔끔했다.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찼던 방안은 말끔하고 쾌적했다. 강진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직원들을 만난 지 두 달만의 변화였다.
 
김 씨의 삶이 바뀐 것은 환경의 변화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3일씩 공공근로에 참여하며 고정수입도 생겼다. 단순한 긴급생계비 지원을 떠나 김 씨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연계해주는 '맞춤형 복지설계'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지난달에는 9일 동안 일하며 30여만 원을 손에 쥐었다. 김 씨에게는 두 달치 월세를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김 씨는 "전국의 수많은 지역을 떠돌아봤지만 행정기관이 먼저 찾아와 손길을 내민 곳은 강진군이 처음이었다"며 "삶의 벼랑 끝에선 나에게 새로운 길을 마련해준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다"고 말했다.
 
강진읍사무소의 신설 조직인 '맞춤형복지팀'이 읍내 곳곳을 찾아들며 맞춤형 복지설계로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
 
강진원 군수가 그동안 줄곧 강조해온 '강문현답(현장에 답이 있다)'을 복지행정에 적극 적용한 것인데, 지난 1월 신설된 이후 도움을 받은 가정만도 250세대가 넘을 정도다.
 
강진읍사무소 한애련 맞춤형복지팀장은 "그동안 국가나 군이 추진하는 복지시책은 계속됐지만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무엇을 신청해야 하는지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았다"며 "이러한 전달상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내고 상담한 다음 민·관이 보유한 복지자원을 동원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부서의 주된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맞춤형복지팀의 활약으로 장애인연금 지원제도를 모르는 장애 가정이 월 22만6천원의 장애인연금 지원받는가하면 복지서비스 정보를 알지 못한 가구가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는 등의 실질적 지원을 받게 된 경우도 수십 곳에 이른다. 별다른 소득 없이 어렵게 생활하는 가정이 '차상위본인부담경감' 지원대상자로 선정돼 의료혜택을 받게 되는 등의 사례도 맞춤형복지팀이 거둔 대표적 성과다.
 
윤영갑 강진읍장은 "그동안의 복지행정이 포괄적 복지에 치중한 '기성복'과 같았다면 맞춤형복지는 말 그대로 대상자들의 특성에 맞게끔 설계하고 제작한 '맞춤형 양복'의 개념이다"며 "복합적 욕구를 알맞게 충족시키면서 수혜대상자들의 체감효과는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강진읍사무소는 질병과 장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 이외에도 폐지수집 가구와 건강보험료 체납가구 등 여러 가정의 생활 실태를 파악해 긴급지원 등의 제도를 안내하고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가구에 대해서는 민·관 합동 연계를 통한 맞춤형방식으로 지원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윤 이장은 "맞춤형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주민의 복지욕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지이장과 이웃주민의 관심과 제보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 문의전화는 430-5726~8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