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작자에 우선매각아니면 누가 투자했겠나"
"경작자에 우선매각아니면 누가 투자했겠나"
  • 김철 기자
  • 승인 2004.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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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농민들 "만덕간척지 공개매각 반대머리띠 두르고 생존권 투쟁
▲ 주민들이 입찰등록장소인 도암면사무소 건물을 점거하고 있다.

현장 르포 - 만덕간척지 공개매각 논란


장장 17시간동안 기나긴 시위시간은 주민들이 생존권을 내건 사투(死鬪)였다. 만덕간척지 입찰신청을 받은 지난 10일 도암면사무소앞에서는 만덕간척지 공개매각을 반대하는 300여명의 주민들은 추운 날씨속에서도 생존권을 위한 몸부림을 처야했다.

시위에 참여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백발이 내려앉은 60~70대 노인들. 머리에는 만덕간척지 공개매각 반대라고 적힌 붉은 띠를 두르고 남자들은 면사무소입구에서 두줄로 나눠 자리를 지켰다.

여자들은 면사무소 건물입구에서 입찰신청을 받는 2층 회의실까지 모든 공간을 빼꼭하게 앉아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경찰의 조기투입으로 면사무소에서 진입할수없다는 생각에 주민들은 새벽부터 입찰신청장소를 지켜야 했고 노약자와 부녀자들에게는 버티기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추위와 배고픔, 밀려드는 졸음을 한조각의 빵과 우유, 그리고 쓰디쓴 소주한잔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입찰신청 마감시간인 오후 5시가 넘어서자 17시간동안 앉아있던 집회현장을 정리하고 나오는 주민들의 눈에는 피곤함보다는 내땅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만을 엿볼수 있었다.

만덕간척지 공개매각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일에도 도암 만덕리 다산초당 입구 주차장에서 주민 200여명이 참여해 매각반대를 위한 지역주민 결의대회를 가졌다.

트랙터를 앞세우고 30여대 차량을 이용해 만덕간척지를 순회하면서 공개매각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뜻을 밝혔다. 이처럼 주민들이 대화와 타협 대신에 집회를 갖고 실력행사에 나선 이유는 만덕간척지의 공개매각에 따른 절차 때문이다.
현재 만덕간척지는 205㏊면적에 212가구가 일시위탁 형태로 경작중인 상태이다.

지역주민들은 농촌 근대화 촉진법에 근거해 경작자 우선분양이라는 조건으로 지난 89년 간척사업에 동의를 했다. 하지만 지난 95년 농촌 근대화 촉진법이 농어촌정비법으로 개정되면서 관련조항이 사라진 대신 일정조건에 갖춘 농민들에게는 동일한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현재 농어촌 정비법에는 농업인 후계자, 전업농이나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국가유공자등이 분양대상에 적합한 경우 기존 경작자와 동일한 자격을 부여하고 공개입찰을 거쳐 최고금액을 제시한 신청자에게 매각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법규정에 대해 주민들은 하나의 의견을 제시한다. 주민들은 실제 경작자들에게 매각순위에서 우선권이 없었다면 간척지에 대한 투자가 없었을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간척사업이 완료된 98년이후 주민들은 만덕간척지에 대한 부실공사를 끊임없는 지적을 해왔다는 것.

매년 염해피해가 발생하고 물부족 사태에도 주민들의 내땅이라는 생각으로 주민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70여개의 소형관정을 뚫고 객토를 실시해 간척지를 농사가 가능한 옥토를 만들기 위해 2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많은 비용을 투자해 땅을 정비한 주민들이 일정부분 우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설득력을 갖게 만든다.

또한 주민들은 간척지 공사당시 적용됐던 농촌 근대화법의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의 선택이 아닌 일방적인 법적용에 앞서 유예기간을 거쳐 적용되야한다는 것이다.

만덕간척지 공개매각은 앞으로 하나의 선례가 될 것이다. 농지를 늘리기위해 갯벌을 없애고  만들었던 간척지가 관내에서는 법개정후 한번도 적용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에 따라 공개매각이 다가오는 신전면 사내간척지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농지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고 농부들이 애써 재배한 쌀도 판매할곳이 마땅치 않는 농촌의 현실이다. 이런 시기에 농민들의 농지에 대한 애착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부들에게 있어서 농지는 돈으로 치부하는 그 이상의 것을 차지한다.

공개매각을 통해 정부의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자신의 땅을 일구려는 농민들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만덕간척지 공개매각 연혁
1989년 근대화 촉진법에 근거 매각위원회 구성, 주민동의
1995년 근대촉진법에서 농어촌정비법으로 개정(경작우선 조항 폐지)
1998년 간척사업 완료
1999년 근대화 촉진법에 의거 일시위탁 경작 시작
2000년 12월 부실공사 대책위 구성
2001년 매각반대 의견서 도청 접수
2001년 3월 일시위탁 문제 대책회의
2002년 3월 공사완료 보고서 작성
2004년 1월 만덕간척지 매각 반대 투쟁위원회 조직
2004년 3월 매각반대 지역주민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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