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 강진군녹향월촌인성학교 훈장>
監 獄 (감옥)
볼 감(監)
'볼 감(監)'의 갑골문은 큰 눈과 사람, 큰 그릇의 조합이다. 그릇(皿)을 내려다보고 모습을 그렸다. 그릇에 무엇이 있어 내려다보고 있는 것일까. 혹시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렇지만 술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술을 담근 후 그 변화를 살피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그림만으로도 '보다' '살피다' '비추어보다'의 뜻을 능히 추론할 수 있는 監(감)은 監督(감독), 監視(감시), 校監(교감)등의 단어로 쓰인다. 인류의 그릇은 토기(土器)로 시작하여 점차 청동으로 발전해갔다. '쇠 금(金)'이 붙는 '거울 감(鑑)'자가 이를 증명한다. 물을 거울삼아 비춰보던 고대인들은 마침내 청동거울에 자기를 비춰볼 수 있게 된다. 청동은 물보다 선명해서 일까. 감정(鑑定), 감별(鑑別), 감상(鑑賞)등의 단어에서 보듯 鑑(감)의 어감이 監(감)보다 훨씬 디테일하다.
감옥/송사 옥(獄) , 말씀 언(言)
'감옥 옥(獄)'의 자소(字素)는 '두 마리의 개'와 '말씀 언(言)'이다. 어떤 학자는 죄인을 두 마리의 개가 지키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럴듯하지만 가운데 언(言)에 대한 해석이 미약하다. 또 다른 학자는 가운데 言은 '말씀 언'이 아니고 죄인에게 경형(黥刑)을 행할 때 형구(形具)로 쓰던 '끌'의 상형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이 또한 죄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보다시피 가운데 기호는 언(言)을 나타내는 갑골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옥(獄)은 무엇을 말하고자 그려놓은 기호일까. 혹 견원지간(犬猿之間)에 잘잘못을 다투는 '두 사람의 말'을 형상화 한 것은 아닐까. 송사(訟事)에 지면 감옥에 가야할 판이니 생사를 건 상욕상투(相辱相鬪)가 개짓는 소리처럼 시끄러웠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姓 氏 (성씨)
성 성(姓)
성씨 씨(氏)
興 亡 (흥망)
흥할 흥(興)
망할 망(亡)
'망할 망(亡)'의 고대글꼴은 사람이 안 보이는 곳에 숨는 모습이다. 이 그림에서 '달아나다', '없어지다', '죽다' 등의 뜻이 여물어져 나왔다. 逃亡(도망), 敗亡(패망), 死亡(사망) 등에서 그 쓰임이 확인된다. 사람이나 조직에서 망(亡)을 재촉하려면 흥(興)을 빼앗으면 된다. 흥을 빼앗는 행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독단(獨斷)이다. 다른 의견이 설자리가 없다. 둘째는 전가(轉嫁)다. 잘못이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씌우는 것이다. 공자는 이런 사람을 소인이라 했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셋째는 기만(欺瞞)이다. 남을 그럴듯하게 속이는 것이다. 일종의 고난도 페르소나이다. 이 셋은 일상에서 강한 추진력, 뛰어난 생존력, 유연한 순발력으로 둔갑한다. 참과 거짓을 가려내기가 그만큼 힘이 든다. 흥망(興亡)의 관계는 어쩌면 미묘한 긴장관계인지도 모르겠다. 선이 분명한 대립관계라면 누가 흥(興)함을 버리고 망(亡)함을 택하겠는가.저작권자 © 강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