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축산인 이영설씨
[4]축산인 이영설씨
  • 김철 기자
  • 승인 2004.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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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소, 내 브랜드로 판다"

성전면 대월리에 사는 이영설(29)씨는 이제 갓 초보딱지를 떼낸 축산인이지만 소를 다루는 솜씨나 축사를 청소하는 늠름한 모습에서는 초보라는 말은 무색할 정도이다.

이씨가 소와 처음 인연을 맺게된 것은 10년전의 일이다. 서울에서 대규모 정육도매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이씨는 강진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논이 어떻게 생겼는지, 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부모에게 물어보던 10대 후반의 서울청년이 10여년이 흐른후 200여마리가 넘는 한우를 관리하는 축산농민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씨는 목포에 소재한 초당대학교 경영정보학과를 다니면서도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찾아와 주말동안 농장을 돌봤다. 이씨는 먼저 아침이면 대형 트렉터를 이끌고 밤새 소들이 쌓아논 배설물을 처리하는 일로 하루일과를 시작했다.

700여평의 축사를 정리하고 사료와 볏짚을 가져다 주는일은 모두 이씨가 해야 할일이다. 20㎏정도의 볏짚을 쉴세없이 나르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면 하루해는 짧을 수밖에 없었다.

고된 노동보다는 이씨에게 힘겨운 것은 친구가 없다는 외로움이였다. 반복적이면서 힘든 일과를 마치고 나면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나눌 친구가 근처에는 없었다. 20대 혈기왕성한 시기에 이씨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현실에서 도망쳐보고 싶었다.

고민하던 이씨는 지난 2002년에는 농장일을 정리하고 목포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택배회사에 근무해보기도 했다. 10개월정도의 외도(?)를 거치고난 후 이씨는 농장일에 모든 것을 걸고 일에 파묻혀 생활했다.

이씨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지난해 목장 인근의 1천400평의 땅을 자신의 명의로 구입했다. 이제는 이씨의 이름이 걸린 목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오는 4월 시설공사를 마치고 나면 20여두의 번식우를 입식할 계획이다. 번식우들이 본격적으로 송아지를 낳기 시작하면 몇 년안에 200두로 늘린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이씨가 소의 숫자를 크게 늘리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올해는 강진지역의 한우사육농가들이 법인을 만들어 자체브랜드를 만들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 생산을 위해서는 많은 물량의 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하나의 욕심은 농장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식당을 가져보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직접 조달이 가능한 한우전문 대형식당이 지역에서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게 이씨의 생각이다. 낮은 가격의 수입소고기가 밀려들어 오고 있지만 고품질 한우생산을 위해 한해를 준비하는 이씨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듯하다.

이씨는 “농장을 시작한 초기에는 소값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이겨내듯 양질의 한우사육에만 전념한다면 축산농가들의 미래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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