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 - 저 장엄한 첫아침 빛을 보면서
신년시 - 저 장엄한 첫아침 빛을 보면서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3.12.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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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장엄한 첫아침 빛을 보면서

지난 해 모진 비바람 속에서
우리 너무 설치다가
우리 몸 그 동안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가
허풍과 거짓과 위선으로
짚단처럼 엉성해 있다가
시기와 질투와 반목으로
이웃 괴롭히고 형제 울렸다는 걸
온 몸 깨어지는 아픔 속에서 알았다

뜨거운 피와 눈물은 속으로 삼키면서
그렇게 한해 이제 우리
벌판에 나와
산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저 장엄한 첫아침 빛을 보면서
비바람에 씻겨 해발개진 얼굴로
햇살과 어둠과 비와
바람과 눈보라로 달구고 씻겨
허기진 궁핍한 육신으로 알았다

사랑과 화해의 하늘이
비취빛 하늘에 열리는 날
한구비 돌아
탐진강이 되고
다시 길을 펴
구강포가 되고
한 낮을 더 흐르면
강진만이 되고
태평양이 되었다

보은산 아래
편안히 누운 평야에서
우리 사는 모습이
만덕산이 되고 서기산이 되고
비파산이 되고 주작산이 되고
수인산이 되고 오봉산이 되고
가우도가 되고
죽도가 되나니
먹구름을 제치어 동이 트는구나

새파란 풀들이 검은 대지를 덮으리
열열한 동백꽃이 되리
찬란한 모란꽃이 되리
노란 은행 열매가 맺히리
빛이 우리들
고단한 뼈 속에서 나와
온 누리를 밝히리
온 우주를 덮으리
빛이여 새해 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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