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농민 4인의 올 농사 경영실적 보고서
[심층취재]농민 4인의 올 농사 경영실적 보고서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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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농은 '짭짤', 친환경농법 판로없어 막막

올해 농사는 끝이났다. 정부에서 추진중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으로 농민들의 심기는 불편해져간다. 풍년농사를 짓고 마냥 즐거워했던 때는 지나가고 한톨의 쌀이라도 판로를 걱정해야하는 시대가 돌아왔다.

또한 정부의 수매제도를 대신해 시장가격으로 적용되는 공공비축제의 도입을 앞두고 걱정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역의 농부들은 올해 채산성이 맞는 농사를 지었는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친환경농법에 대한 수익성의 의문도 사라지질 않는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농사를 지은 4농가의 현실을 보면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군동 화방마을 윤한영씨
윤한영(54)씨는 올해 총 420가마(40㎏기준)를 수확했다. 윤씨의 자신의 논 30마지기에 인근 주민의 논 10마지기를 포함해 40마지기(8천평)에 농사를 지었다.

윤씨는 수확한 벼를 지난달 정부수매에 92가마를 내놓았다. 모두 1등을 받아 가마당 6만440원으로 556만원정도의 수익이 발생했다. 또한 농협을 통해 5만3천500원에 270가마를 판매했다. 쌀을 수입해 판매되는 수익은 1천444만원정도가 발생해 올해는 쌀판매로 총 2천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남은 쌀은 60여가마가 남았다. 여기에서 30가마는 임대료로 지불하고 가족, 친척들에게 20가마를 보내고 10가마는 식량으로 비축했다.

윤씨가 올해 지출했던 내용은 이렇다. 가장 먼저 이앙기와 트렉터의 수리비로 100여만원을 사용했다. 구입한지가 5년~10년정도된 농기계는 정비를 받아야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기계에 사용되는 기름값이 60만원, 콤바인 삯도 100만원을 지출했다.

농약대와 일반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외상으로 가져온 농약값을 총 계산해보니 150만원정도. 비료대와  잡비를 포함하면 100여만원이 금방 사라진다. 윤씨가 올해 순수 영농비로만 지출한 금액은 500여만원.

윤씨의 수입·지출을 보면 총1천500여만원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금액에는 농기계값이 하나도 포함이 되지않았다. 윤씨는 이앙기, 트랙터, 건조기를 구입할 때 직장을 다니는 자식들에게 변제한 것이다. 윤씨는 올해 자식들에게 변제한 금액의 일부와 생활비를 제외하면 500만원정도의 수입이 전부이다.

■도암 신기마을 이영채씨
이영채(57)씨는 다른 주민들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 1천200여가마가 넘는 수확을 한 이씨는 농업기반공사의 융자를 얻어 50마지기의 땅을 10여년전 구입했고 올해는 75마지기를 임대해 총 150마지기의 농사를 지었다. 정부수매에 200가마를 매상해 1천200만원, 일반상인에게 900여가마를 4천800여만원 총 6천여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이씨는 올초 영농자금으로 1천여만원을 농협을 통해 지원받아 생활을 꾸려갔다. 영농자금으로 농약값 400여만원, 비료 100여만원, 간척지에 들어갈 성토흙 100만원, 기름값 80만원을 순수 영농비용으로 사용했다. 여기에 이씨는 농업기반공사에 10여년전 논을 구입하면서 발생한 6천만원의 융자금의 일부인 400만원은 납부했고 75마지기의 임대료 1천여만원을 내년 2월까지 납부해야한다.

이씨는 올해 융자금과 영농자금등을 모두 합해 2천400여만원의 지출이 예상되므로 수입에서 사용했던 생활비 일부를 제외하더라도 3천여만원의 수익이 나타난다.

또한 이씨는 트랙터와 콤바인을 이용해 이웃주민들의 일에 나서 기계수리비와 유지비에 사용하고 일부는 생활비로 사용하는 추가 수익이 발생했다.

이씨는 “농촌이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노력여부에 따라 도시권 못지않게 생활력을 갖출수 있다”며 “개인농지를 늘려가고 대단위로 농사를 짓는다면 발생하는 수익도 적은 금액은 아닐것”이라고 밝혔다.


■옴천 개산리 주장식씨
3년째 친환경농법으로 논 15마지기 농사를 짓고 있는 주장식(57)씨는 올해 110가마(40㎏)를 수확했다. 무농약인증을 받은 쌀은 1가마당 7만2천원의 가격으로 농협에 판매돼 주씨는 790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또 주씨는 논 5마지기를 관행농법으로 경작해 식량으로 비축한 40가마를 생산했다. 주씨가 올해 농사에 투자한 돈은 어림잡아 550여만원이다. 여기에는 8개월동안 주씨와 부인 양인자(54)씨의 인건비는 제외돼 있다.

올해 쌀농사로 주씨가 벌어들인 순소득은 소득에서 투자비를 뺀 240만원 정도. 주씨가 한해 농사로 지출한 사항은 우선 남에게 빌려쓰고 있는 논 13마지기에 대한 소작료로 200여만원이 지출됐으며 콤바인이나 로터리등의 경운비용으로 130여만원이 들어갔다. 땅심을 돋구기 위한 퇴비와 친환경제제를 구입하는 데 군보조금 120만원과 함께 자비 100만원이 소요됐다. 또 항목이 뚜렷하지 않은 이런저런 비용들도 120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주씨는 올봄 약정수매 선수금으로 200만원을 받아 사용해 버렸기 때문에 실제로 받은 돈은 590여만원이 조금 넘었다. 또 농협에서 300만원을 영농자금으로 대출받아 경운비용, 친환경제제 구입비등 대부분 영농비용으로 지출해 버려 주씨가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거의 없는 셈이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진 시점이지만 주씨는 적자의 경제상태에 놓여 있다.
2남1녀의 자녀 중 두명의 아들이 아직 미혼이라 결혼시킬 일을 걱정하던 주씨는 “농사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빈곤의 연속이 되고 있다”며 “그나마 친환경농법으로 땅심이 회복되면 수확량 증가와 더불어 소득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전면 오산마을 박달진씨
박달진(65)씨는 관행농법과 친환경농법으로 각각 15마지기의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박씨는 무농약에 도전했지만 병충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살포해 저농약인증을 받았다. 논 1마지기에서 관행농법으로 15가마가 수확된 것에 비해 저농약의 경우에는 3가마 정도가 감소한 12가마가 나왔다. 박씨는 저농약인증을 받은 쌀의 판로를 찾지 못해 수매로 판매할 수 밖에 없었다.

올 농사로 박씨가 얻은 총 수익은 1천170만원정도. 그러나 지출된 돈은 840여만원이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부인과 함께 대부분의 농사일을 하는 박씨의 순수익은 330만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박씨의 세부 수익사항을 따져 보면 벼를 총 270가마(40㎏) 수확해 60가마는 정부약정수매를 내 360여만원을 받았다. 나머지 중 150가마는 농협에 가마당 5만4천원선에 판매해 81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60여가마는 식량으로 쓸 요량으로 남겨 놓았다.

박씨의 지출 내역은 농약값으로 150여만원이 들어갔고 콤바인과 로터리등 경운비용으로 150만원이 사용됐다. 봄에 영농자금으로 받은 200여만원은 못자리 인건비와 친환경제제 구입비 등으로 대부분 들어갔다. 여기에 논 15마지기에 대한 소작료로 240여만원이 빠져나갔다. 기타 잡비로 이래저래 들어간 돈도 100만원 정도가 되었다.

박씨는 “수확량은 줄어든 상태에서 가격도 잘 받지 못하니 친환경농업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며 “그나마 식량이라도 해결하고 자식들에게 2~3가마씩 보내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정도”라며 한숨지었다. 

농가들의 올해의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소규모의 농가들은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계품삯, 농약대등을 제외하고 나면 농부들이 손에 만질수 있는 현금은 많지않다. 임차료를 주고 남의 논을 빌려 경작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높은 임차료를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높은 가격으로 많은 농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친환경농법도 아직은 정착이 되지 않았다. 수확량도 줄어드는 친환경농법을 안정적인 판로가 없이는 주민들이 덤벼들기는 힘든 상태이다.

농가의 수익을 위해서는 대규모 영농에 농기계를 직접 가동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령인구가 대부분인 농촌 현실에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많은 사람들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김철.조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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