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받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웃 볼 때 보람 느껴"
"배추 받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웃 볼 때 보람 느껴"
  • 김영미 기자
  • 승인 2014.09.2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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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focus] 6년 째 직접기른 배추 지역 어르신께 기부하는 대구면 윤진일 씨

6년전부터 해마다 김장철이 돌아오면 따가운 가을 햇볕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을 흘려가면서 수고로 경작한 김장배추를 전하는 한 주민이 있다.

그는 올해도 자신이 매년 전하고 있는 대구면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의 식사에 제공하는 김장김치를 담그기 위해 필요한 배추를 전달하고자 산밭에 옮겨 심은 배추모종에 정성스레 물을 줬다.

고된 농사 일에 손톱 밑이 갈라지고 옹이 베인 맨손으로는 배추모종 고랑에 자라란 잡초를 일일이 뽑아내 정성을 다해 가꿨다. 그는 산골마을에 위치한 대구면 용운리 용운마을에 살고 있는 윤진일(71)씨이다.
 
윤 씨는 자신도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할 뿐 아니라 7년전 갑자기 한쪽 눈이 실명돼 다른 한쪽 눈에 의지해 살아가는 상태이지만 올해도 내 부모님 생각에 대구면 고령어르신들을 위한 김장배추를 심었다.

지난 9일 윤 씨는 우수씨종자를 구입해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모기장을 씌워 직접 한달여간 정성껏 기른 배추육모를 산밭에 옮겨 심는 작업을 가졌다.

눈 때문에 운전을 못하는 윤 씨를 대신해 아내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밭까지 트럭 기사가 돼주었다. 윤 씨는 산밭 한 켠에는 김장에 필요한 식재료인 갓과 무도 심어 두었다.
 
밭에 이식한 김장배추는 80여일간 어른이 배추 한포기를 품에 안기 힘들 정도의 큰 크기로 재배해 대구면복지회관으로 배달된다. 올해도 윤 씨는 대구면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의 겨울 김치를 담그기 위해 필요로 하는 150포기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윤 씨가 김장배추를 전하게 된 것은 6년전. 마을 어르신을 통해 자신이 농사지어 놓은 배추가 튼실하다는 것을 대구면복지회관에서 알고 팔겠냐고 물었다.

윤 씨는 어르신들이 부모, 형님이라 여기고 배추 200포기를 돈을 받지 않고 그냥 희사하였다. 이 후 매년 200포기에서 130포기를 필요한 양 만큼 경운기에 실고 직접 운전하고 가서 전해 주고 있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윤 씨의 마음속에 부모님께 못다 한 효가 한으로 남아 있었다. 자신이 6살이던 해에 한국전쟁이 있어났고 그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온 가족을 잃었다.

5남매만 남았고 서로 의지해 정말 어렵게 성장했다.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를 불러 보지 못해 부모의 애틋한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쳤다. 이에 어르신들만 보면 아무 것도 모른 어릴적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먼저 났고 내가 농사지은 농산물을 드리고 싶었다.    
 
윤 씨는 이웃에게도 인정을 베푸는 등 인심이 후덕한 사람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어려운 산골 생활이지만 3년전부터 마을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 두 가정에 자신이 직접 기른 고추와 배추로 김장김치를 더 담아 전달해 오기도 한다. 김장을 할 형편이 못 되는 가정은 일 년전부터 눈 여겨 보아 두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김장김치로 전해오는 것이다.
 
윤 씨는 "나눔에는 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나누려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겨울이면 복지회관에서 생활하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 김치이지만 이것 밖에 해 줄수 없어 면구스럽고 나와의 약속은 죽을때까지 지킬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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