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에 '뿔난 농심'
쌀 시장 개방에 '뿔난 농심'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4.07.26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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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 집단행동 불가피...장기간 진통예상

내년부터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관세화를 유예할 경우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이 과도하게 늘어 농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가 밝힌 추진배경이다.

정부는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실효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문에서다. 일단 농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고 영광 등 전남 일부지역에서는 벼논 갈아엎기 등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나섰다.  

쌀 시장 개방발표에 관내 농민단체도 분주해졌다. 강진에서는 다음달 24일 기독교장로회 농촌목회자회 주최로 시국기도회가 열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여파는 지역 내에서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9월 중순에는 강진농민회를 비롯해 한국농업경영인 강진군연합회, 강진친환경연합회 등 관내 농업관련단체들이 총력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수위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진군농민회 이동복 정책실장은 "농민단체와 협상도 하지 않고 쌀 전면개방을 선언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확산된데 따른 결과이다"며 "오는 9월 중순 전국 동시다발 농민대회 및 장기 농성투쟁이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쌀 개방 반대운동본부를 시·군별로 구성해 범국민대회를 준비할 것이라는 계획이 전해지고 있는데다 관세화 논의에 있어 농민단체를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어 쌀 시장 개방 방안과 대책을 둘러싼 진통은 상당기간 계속 될 전망이다.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고율관세는 쌀 수입의 급증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장치이다. 문제는 고관세를 얼마만큼 유지할 수 있느냐 인데, 관세가 낮아질 경우 쌀 수입 물꼬가 터져 결국 쌀값은 곤두박질할 수밖에 없다는 게 농민들의 우려대상이다.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직접피해 외에 우리나라의 농업전반에 2, 3차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관내 한 농가는 "재고물량에다 최소시장접근(MMA)물량의 쌀을 수입해야 하고 여기에 햇벼까지 나오면 쌀값 폭락은 예견된 결과아니다"며 " 쌀농사를 지어봐야 영농비 건지기도 어려운 판국에 농민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2013년 강진통계연보에 따르면 강진은 전체면적 가운데 논이 차지하는 비중이 21.9%를 나타내고 있으며 농가인구는 1만1천4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관내 산업구조상 인구의 30% 정도가 농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쌀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농민회 한 관계자는 "농가소득안정을 위한 쌀 소득보전직불금 지원을 확대하고 쌀 가격은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할 수 있는 법제화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시장·군수협의회도 이같은 필요성을 주장하며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쌀 산업 기반 유지대책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쌀 생산기반이 유지될 수 있도록 생산비절감, 품질 고급화, 유통혁신 등 내실 있는 쌀 산업발전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곡물자급률 목표를 5년 주기로 공표하고, 밭 농업 직불금 단가인상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 추진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관세화 전환 시 고율관세(400~500%)적용, 향후 자유무역협정(FTA)·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협상 시 양허대상에서 쌀을 제외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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