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앗아간 희망
교통사고가 앗아간 희망
  • 김철 기자
  • 승인 2003.11.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대 공중보건의와 50대 우편배달부의 애절한 사연

하늘도 무심했다. 순간의 교통사고는 11년 동안 책속에만 파묻혀 지내다 갖 피어나려던 젊은 의사를 저 세상으로 데려가 벼렸다. 또 25년의 셋방살이 끝에 겨우 내집을 마련한 우체부아저씨의 꿈도 교통사고는 새집을 마련한지 한달만에 빼앗아가 버렸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집으로 왕진을 가다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과 충돌해 숨진 공중보건의 최(29)모씨는 지난 3월 강진보건소에 부임한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영암이 고향으로 2남1녀중 장남이였던 최씨는 부모님이 계셔서 집안사정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으나 형제들이 2년 터울이여서 학비조달이 어려웠다고 친구들은 말했다. 최씨는 학창시절 조선대 의대학생회장을 역임해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다.

최씨는 강진보건소에 부임하기 전 의과대학 6년간의 학부과정을 마친 후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2년 동안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등 모두 11년 동안의 의사수업을 마친 터였다. 최씨의 유해는 사고 다음날 목포에서 화장된 후 고향인 영암의 선산에 뿌려졌다. 최씨의 사망소식은 지병을 앓고 있는 50대 초반의 어머니에게 아직 알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편지를 배달하다 트럭과 충돌해 숨진 집배원 이(54)모씨의 교통사고도 주변사람들의 가슴을 저미게 하고 있다. 25년 집배원 경력으로 관내 집배원중 최고 경력을 자랑했던 이씨는 20여년간 강진읍 서성리에서 셋방살이를 해오다 지난달말 내집을 마련했었다.

이사를 돕기 위해 이씨의 집을 찾았던 직장동료들은 비록 넓은 집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집을 장만해 이씨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읍교회 집사로서 봉사활동도 많이 했고 집배원들의 모임인 연우회 회장도 맡아 어려운 일을 도맡아 했다.

교통사고가 자신의 행복은 물론 다른 사람의 행복까지 철저하게 빼앗아 간다는 사실을 두사건은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