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향
사랑니를 뽑으러 치과에 갔다
뿌리가 깊다 한다
오래도 버텨왔던 것이
한 순간
무 뽑히듯 사라지고
구멍하나 내어준다
뿌리 잃은 입에서
술 취한 듯 비틀거리는 언어들
내가 배어낸 말들이
자꾸만 허공으로 날아간다
"뿌리조차 없다는 것은
근본도 없는
참 슬픈 일이지"
혼자 주덜대며
거실에 발을 들여 놓는데
한 쪽에서 하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석란 두 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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