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詩] 뱀 딸 기
[독자 詩] 뱀 딸 기
  • 강진신문
  • 승인 2013.08.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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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도암면)

목마를 땐 유난히도 붉었다
반쯤 감긴 눈꺼풀을 해서는
눈썹 하나 뽑고 따먹었다

한 개를 더 먹고
세 번째 뽑을 땐 망설였다
비릿하고 울렁거리는
목마름을 채우지 못하고
눈썹 잃었다

뱀딸기를 따먹을 때
눈썹을 꼭 하나 뽑고
먹어야한다는
외할머니의 주문을 곱씹는다

갈증에 손닿는 대로 따먹으면
독성 때문에 배탈이 나고
눈썹 뽑는 기척에라도
뱀이 움직인다면

색맹의 시야가 트일 수 있음을
함부로 하지 않는 데서 배우는
숨을 고르는 찰나의 통과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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