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기 고]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 강진신문
  • 승인 2013.08.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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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I 단국대학교 교수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물음이어서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또 그 주체가 누구든 응답을 해야 할 시점임을 절감한다.
 
요즘 우리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간의 정쟁을 보고 있노라면 진실은 무엇인지, 진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상심이야말로 이제는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치닫는다. 작금의 사태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를 일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엄연하고도 당연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보장해주고 보호해줘야 할 국가의 정보기관이 불법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그것도 모자라 남북정상간의 NLL관련 회담 내용에 대해, 설사 그 내용이 어떤 것이었던지 간에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외교적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다.
 
헌법을 유린했던 독재자는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속죄는커녕 자식들과 친인척들에 숨겨둔 불법재산이 수조에 이른다는 세간의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호의호식을 누리며,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를 비롯한 그 이전의 시대에서 조차도 왕의 통치 자료가 잘 보존되어 후대에 물려져 왔다.

하물며 21세기의 지식 정보사회에서 이전 대통령의 기록물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국민들 앞에 여러 번에 걸쳐 약속해온 2015년의 전시작전 통제권 반환 문제를 말도 안 되는 핑계와 이유를 들어 재연기하자고 미국에 또 제의함으로써 스스로 자주권을 가진 주권국가임을 포기하기에 이른,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볼썽사납고 어지러운 광경들을 목도하노라면 우리는 과연 어느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있는지 현기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모 일간지에서 조사한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대다수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관련 회담의 회의록 사본에서 그것을 포기한듯한 발언이 어디에도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을 이끌어 가는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에게 여론이 불리할 때마다 NLL 관련 내용을 끄집어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보여 주기식의 전두환 비자금 털기나, 때에 따라 정권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는 부실한 4대강 감사의 뒷북치는 소리며, 소위 막말 꼬투리로 야당 때리기를 하면서 현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물타기를 한다. 이 모든 물타기로 감추고 싶은 아름답지(?) 못한 진실들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서 불현듯 드는 생각은 대통령은 왜 있는 것인가이다. 선거과정이야 어찌됐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야간의 정쟁을 수습하고 중재해야 할 청와대가 그 정쟁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다수 국민들과 대립하여 전쟁을 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수없이 많은 인류의 역사에서 우리가 봐왔던 것처럼 대통령이나 왕과 같은 최고 통치자가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이겼던 예는 아직 없다.
 
요즘 우리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에 대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회자되는 "역사의 기록자는 노무현이고, 역사의 왜곡자는 새누리이며, 역사의 누설자는 국가정보원이고, 역사의 침묵자는 보수언론들이며, 역사의 방관자는 박근혜이고, 역사의 지우개는 이명박이다"라는 구절을 청와대나 정부 그리고 여당은 한번이라도 들어나 봤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역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접하면서 떨쳐버릴 수 없는 생각은, 정부는 아는 게 없고, 국가정보원에는 기밀이 없고, 국가기록원에는 기록이 없고, 국방부에는 전시 작전통제권이 없고,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의 정치권에는 민생이 없다.
 
온통 없는 것 천지인 우리나라에서 국민 대중은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으며,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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