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린이들 돌보는 도암 임일례씨
마을 어린이들 돌보는 도암 임일례씨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3.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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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 살려 아이들에게 서예교육

도암초등학교에서 특기적성교육 강사로 사군자를 가르치는 임일래(여·38·도암면 신기리)씨는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용암마을회관으로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마을회관에 도착한 임씨는 먼저 찾아올 학생들을 위해 화선지, 붓등 서예도구를 가지런히 준비하는 것으로 오후 일과를 시작한다.

임씨가 수업준비를 마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아이들이 마을회관을 찾는다.    

 

임씨는 지난 6월부터 마을회관에 서예교실을 열고 용암, 용산마을에 사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등 20여명에게 서예를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주민들이 바쁜 농사일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해 방과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임씨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방과 후 교육을 책임졌다.

 

매일 2시간씩 서예를 가르치면서 임씨는 달라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처음 서예를 시작할 때 글씨체가 바르지 않던 아이들이 차츰 제대로 된 글씨를 써내려가는 걸 보면 임씨는 하루의 피곤을 잊을 수 있었다.

 

마을주민들의 적극적인 후원도 임씨가 서예교실을 운영해 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마을주민들은 서예교실에 필요한 방석과 깔판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화선지, 먹등 필요한 물품도 공동으로 구입해 적극 후원했다. 마을 노인들의 격려도 서예를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임씨에게 매일 서예를 배운 아이들의 솜씨도 나날이 향상됐다. 지난달 28일 목포에서 열린 전남 서예 효대전에서 용암, 용산마을에서 참여한 5명의 아이들이 모두 입선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실력을 갖췄다. 아이들을 인솔해 갔던 임씨는 지도자상까지 받는 영광을 안았다.

 

임씨는 아이들의 글씨를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보관해 오고 있다. 비록 처음에는 제대로 된 글씨가 나오지 않지만 점점 나아져 가는 글씨를 비교해 봄으로서 아이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한 임씨의 배려다.

 

임씨는 “서예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차분한 성격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함을 느낀다”며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조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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