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지지지(知止止止)
[기고] 지지지지(知止止止)
  • 강진신문
  • 승인 2013.02.0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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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만 I 의정동우회장

입춘은 하늘에서 봄이 오고 경칩은 땅에서 봄이 오며 청명이 돼야 비로소 사람에게 봄이 온다. 계절의 변화란 천, 지, 인 삼박자가 만들어 내는 리듬이라고 했다.

봄이 왔기 때문에 꽃이 피는 것이지 꽃이 피기 때문에 봄이 온 것이 결코 아니다. 꽃이 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라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한다.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대지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메마른 땅에서 숨죽여 생명의 박동을 키우는 씨앗들의 꿈틀림이 들리는 듯하며, 대한이 지난 추위에도 저만큼 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한 해 우리 모두에게 수고했다고 칭찬의 한마디를 건네야겠다. 금년에도 더 열심히 한다는 격려도 해줘야겠다. 자신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중요하다. 연말은 한 해의 마무리이자 새해에 다짐의 시간이다. 지나가는 해의 아쉬움을 묻어두고 새해의 다짐을 단단히 풀어야 할 때이다.

아쉬움은 가능하면 묻어 두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닐까 종소리는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 하듯 힐란에는 용기와 절망에는 희망과 방황에는 결심과 회의에는 신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간의 머릿속에 우주가 있다고 하지만 마음이 평화로워야 마음속에 우주를 담을 수 있다. 세상의 이치란 한 가지를 얻기 위해서 그만큼 한 가지 사항을 희생시켜야만 한다.

희생과 대가를 치루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람이 알아주는 큰 공로를 세울지라도 자기 스스로 자랑하고 교만하게 되면 그는 이어 빈축의 대상이 될 뿐이다.
 
또한 큰 죄악을 저지른 사람도 본인이 진심으로 참회한다면 개과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상대성의 이론의 주창자로서 뉴튼의 고전역할을 수정하여 20세기 고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아인슈타인 박사는 겸허한 인품으로도 만인을 감동케 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있는 그를 이스라엘 국민들은 대통령으로 추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는 시종 겸허한 자세로서 이를 사절하며 학자로서 거절한 바 있다. 그와 만나서 이야기해 본 사람은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내세우는 법이 없는 그 인품에서 큰 감명을 알았다고 한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인 경우가 있다. 일찍이 권신 홍국영은 그 기민한 두뇌 회전과 임기웅변의 책략으로 왕세손 시절의 정조를 잘 보존하고 보위에 오르게 하며 일등공신이 된다.

임금이 된 왕세손(정조)은 홍국영의 공로에 보답하기 위하여 금위대장과 도승지(비서실장)의 요직을 그에게 맡긴다. 모든 정무에 대한 결재권까지 위임받게 된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직권남용을 서슴치 않았다.
 
자신의 공로와 권세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쳤던 것이다. 만일 이때 그가 겸손한 미덕을 알고 인간적이 수양이 되어 있었다면 현명한 군주를 모시고 상당한 치적도 남겼을 것이다.

주변의 질시와 증오와 경계의 대상이 된 그는 마침내 임금의 신임마저 잃게 된다. 뜻밖에 실각을 당한 홍국영은 울분과 실의 끝에 34세의 젊음을 추방지인 강릉 땅에서 마감하고 만다.
 
정조4년 교만한 사람의 말로는 흔히 이렇게 비참한 생을 마감한다. 좋은 이름과 아름다운 마무리는 많은 인내의 고충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득한 것은 곧 넘치거나 기울기 마련이며 기울어진 것이 다시 차게 됨은 자연의 변함없는 진리다.
 
백년인생에서 내 의지를 살 수 있는 날은 불과 10년도 안된다고 한다. 눈앞의 시간이 중요하다.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며 보람 있게 살기를 염원하는 존재다. 의미와 보람은 같은 뜻이다.

모든 행동은 의미 추구의 행동이며, 마음가짐을 바르게 갖는 일이다. 열마다 말 중 아홉 마디가 맞더라도 한 마디가 이치에 어긋나면 비난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열 가지 계획 중 아홉 가지 일을 성사케 하여도 비난과 비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아홉 번을 잘한 것은 쉽게 잊지만 한 번의 과실에 대해서만 잘못을 되새기는 비판은 덕망을 갖춘 사람은 자의(諮議)한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조금 부족한 듯한 시점에서 만족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늘과 땅의 섭리는 가득한 것을 털어내어 부족한 것에 보태어준다. 공을 이룬 다음에는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나는 신중한 지혜가 필요하며 독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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