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포]지금 도암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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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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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원 잇딴 폭행사건 연류...주민들 "지역발전 생각해야 할 떄인데"

“아이고 말해서 뭐합니까”

지난 23일 오전 도암의 한 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군의원 얘기가 나오자 손사래를 저었다.

“주민의 대표가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도암에서는 윤(55)모 군의원이 최근 주민 김모(44)씨와 시비가 붙은 과정에서 주민 김씨가 무릎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고 해남병원에서 일주일 동안 입원했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한 주민은 대뜸 언론과 경찰에 대해 불만을 퍼부어 댔다. “언론이나 경찰이 진상을 규명하고 대처를 해야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아니냐. 주민들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을 덮어두니까 이런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아니냐. 조그만 지역사회에서 군의원에게 당하고 공개적으로 까발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지역사회에서 약자를 대변하거나 보호해 주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항변이었다. 어떤 주민은 본사에 전화를 걸어 “강진신문이 왜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어쩌면 사소할 정도의 싸움사건에 주민들이 이토록 흥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본지가 취재한 김씨 무릎인대 부상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지난 10일 밤 12시께 도암면 모 단란주점 앞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던 김씨가 윤의원에게 자신의 펌프카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를 따졌고 이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군의원이 김씨의 멱살을 잡고 밀쳐 내면서 김씨가 왼쪽다리 인대를 다쳤다.

 

당시 술에 취해있던 김씨는 윤의원이 공사현장에서 평소 자신의 펌프카(레미콘을 타설하는 중장비)를 이용해 오다 최근 갑자기 다른 펌프카를 이용하자 서운한 마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의원은 이에대해 “멱살만 잡았을 뿐 폭행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 공인이 되다보니 주변에서 작은일을 부풀려 얘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의원과 김씨가 추석전날 심야에 대로변에서 건설공사 중장비건으로 멱살을 잡는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이 되고 있고 이같은 사실은 도암 지역사회에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그럼 이 일이 주민들을 그토록 화나게 했던 것일까. 군의원이란 공인의 신분을 가진 사람이 주민과 싸움을 했다면 이유야 어찌됐든 군의원이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일이였다.

 

또는 윤의원의 정치적 반대파들이 윤의원을 음해하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다.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작은 단점를 부풀리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흥분은 그같은 단순한 추정치 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윤의원이 폭행사건에 연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윤의원은 이보다 앞선 지난 6월 말 저녁 11시께 도암면 모 단란주점 2층에서 장애인 김모(49·신전면)씨와 공사비 문제로 시비가 붙어 몸싸움 과정에서 김씨가 목뼈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김씨는 전치 14주의 진단과 함께 목뼈 접합 수술을 받은 후 지금도 해남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심한 자괴감을 느낀 것은 이 사건의 처리 방법이었다. 당시 윤의원은 폭행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고 김씨가 혼자 계단에서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도 폭행 당한 사실을 적극 표명하지 않아 경찰도 이 사건에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좁은 상황이었다.

 

강진신문 역시 이 사실을 당시 피해자가 입원해있던 해남병원과 도암일대 취재를 통해 여러가지 정황을 확인했으나 피해자가 적극 피해사실을 주장하지 않았고 입건처리가 되지 않은 이상 주민들을 위해 군의원의 명예가 일단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보도를 유보했었다.

 

주민들은 바로 이 점에 대해서 지역사회에 심한 불신을 던지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목뼈가 부러진 김씨에게는 건설업을 하는 친형이 있는데 윤의원과 사실상 건설업을 함께하는 동업자 관계라는 것. M건설 대표였던 윤의원은 의회진출 후 회사대표를 친척이름으로 바꾸었고 최근에는 M건설의 명의를 김씨의 형 이름으로 바꾸어 일을 하고 있다.

 

다시말해 자신의 친형과 윤의원과의 사업적 관계 때문에 동생인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이 폭행당한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나 언론이 나서 재발방지 차원에서 진상파악과 함께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목뼈가 부러질 정도의 큰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가 버린다면 지역사회의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고 허탈해 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 또 비슷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한 주민은 “6월 사건 당시 말을 아끼던 사람들도 이번는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많다. 이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암에서 윤의원에 대한 평가는 상당부분 엇갈리기도 한다. 주민들과 빈번하게 띠격태격 싸우고 주민들 사이에 혼란만 조성한다는 말이 있는 반면 추진력이 강하고 군의원 당선 후 침체된 도암을 상당분야에서 변화시키고 있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올초 처음 열린 도암면민의 날 행사도 윤의원의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개최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뜻있는 주민들은 “한쪽에서는 사심없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다른곳에서 너무나 쉽게 공든탑을 무너뜨린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윤의원에 대한 엇갈린 평가속에서도 주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은 주민 대표인 군의원이 이같은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민대표가 주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해야하고 이를 통해 지역이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지역도 마찬가지지만 도암 지역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태다. 한국유리 강진광업소가 10여년전 폐쇄되면서 지역내 자금 흐름이 막혔고 그나마 하나있는 만덕광업도 도암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미미해 졌다. 조그만 발판이라도 마련해 보기위해 쓰레기 처리장도 신청해 보았으나 이번에 고배를 마셨다.

 

주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뼈아픈 반성을 하고 모두 지역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불신과 분열없이 도암지역 사회가 앞을 보고 매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암내에는 나름대로 지역 발전전략도 굳건하다. 다산초당과 백련사의 위상을 한층 높이고 석문공원 일대와 덕룡산 등산로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간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광주~완도간 고속도로가 강진만 해안을 끼고 통과할 경우 만덕간척지 인근에 해남으로 가는 인터체인지를 설치, 이 일대를 골프장이나 기타 휴양시설을 만들어 종합관광타운으로 만들면 도암은 반드시 일어선 다는 것이다.

 

이같은 목표가 순조롭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민들 사이에 화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지역 지도층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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