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시장에 배어있는 축산인의 한숨
[기고]우시장에 배어있는 축산인의 한숨
  • 강진신문
  • 승인 2012.08.03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열 I 군청 환경축산과장

축산행정의 실무를 맡은 후 첫 방문은 강진우시장이었다. 새벽 3시부터 개장한다는 우시장은 꽤 활기차 보였다. 평소 지역주민으로 알고 지내는 지인들도 많이 보였다. "이른 시간에 우시장엔 웬일이냐? 퇴직 준비를 위해 소를 키울거냐?"며 농담도 건네셨다.
 
우시장은 우주(牛主)들끼리 서로 가격을 흥정하고 돈을 건네면서 소를 사고팔던 그런 우시장이 아니었다. 모든 소들은 공개경쟁 전자경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출하된 소들은 이력제와 함께 비육소, 임신소, 송아지 등으로 구분되어 출하장에 묶여 있었고 널다란 입찰 전광판에서는 신속,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경매된 소의 낙찰결과를 알려주고 있었다. 소를 사려는 사람들도 부지런히 소의 이력과 상태를 살펴보고 전자버튼을 눌러 경매에 응하는 분주함을 보이고 있었다.
 
이젠 소를 사고파는 일도 아날로그의 방식이 아닌 세련되고 다소 럭셔리해 보이는 수준있는 우시장의 모습이었다. 강진우시장의 전자 경매입찰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 3월 부터란다. 장흥,해남,보성,무안 지역과는 달리 매 장마다 전자 입찰경매를 하여 인근지역 우시장 보다 소 거래가 활성화 되었다고 축협 관계자가 귀띔해 준다. 그래서 그런지 우시장은 300여명의 축산농가, 식육유통상인, 소값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나왔다는 주민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장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매 장마다 250여 두가 출하되어 이중 80%인 200여 두가 낙찰되어 팔려 나가고 있었고 소 값도 비육소의 경우 다소 상태가 떨어진 소는 생체가격 키로그램당 5,000원, 다소 좋다는 소는 6,500원에 거래되고 숫 송아지는 180만원, 암송아지는 120만원 내외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가격은 작년 동기에 비해 40% 정도가 떨어진 가격이라 했다.
 
소의 이력에 따라 브르셀라병 접종 만기가 지났거나, 구제역 백신 접종이 안된 소는 철저히 경매불가 처리하여 소 이력제가 정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접해보는 현장의 모든 모습들이 재미있고 신기해 보였다.
 
내가 우시장을 찾은 이유는 소 사육농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 전업농 수준의 소를 키우는 지인에게 한우사육의 실태를 넌지시 물어보았다. 격앙된 목소리로 반응을 보인다. "이상태로 라면 1~2년 안에 소 사육 농가들이 도산 상태에 이를 것이다" 사료값을 도저히 감당 할 수 없다며 깊은 한숨을 토해 내신다. 소 값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데 사료값은 천정부지 오르고 있으니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소의 키로당  생체가격과 사료 1포대의 가격이 같아진다면 타산이 맞을 거라는 말씀도 하신다. 사육 두수를 줄여서 사료값 부담을 줄여 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농사꾼이 논 값이 싸다고 논을 팔아 없애는 거 봤냐? 소값이 싸다고 소를 없애 빈 축사로 놔두는 것도 볼 수 없다"며 이치에 안 맞는 소리라 하신다.
 
우리군의 한우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적극 주문하신다. 조사료 재배면적을 대폭 늘려야 한다. 사시사철 사료작물을 수확하도록 해야 한다. 유전자가 좋은 한우 품종개량을 하여 우량 송아지를 생산해 내야한다. 현재의 소 사육두수를 줄여야 한다. 축산기자재를 확대해 보급하여야 한다. 그래야 한우 농가들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우리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우 정책방향과 일치하고 있다. 축산농가들도 현 축산 실태의 문제점을 알고 있고 이를 이행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 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소 키우는 농가는 망하고, 식육유통인들만 돈을 벌게하는 이나라 축산정책은 크게 잘못 되었다"라는 어느 축산인의 넋두리가 귓가에서 오래동안 맴 돌았다. 군의 축산행정을 맡은 지 3주가 지났다.
 
요즘은 축산 용어 익히기에 열심을 내어 공부하는 중이다. 우시장을 방문하며 축산용어만을 잘 아는 우등생이 되기보다는 축산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고 축산인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것에 기여하는 우등생이 되겠노라 다짐을 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