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문현답(康問現答) 체험과 나의 다짐
[기고]강문현답(康問現答) 체험과 나의 다짐
  • 강진신문
  • 승인 2012.07.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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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준 I 친환경농업과

모름지기, 농사는 하늘이 제때 비를 내려주고 적당한 햇빛과 온도가 맞아야 건강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농사용 물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5월 이후 전체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20%에도 미치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이었고, 우리 지역 강진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때 이른 더위에다 1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사지을 물이 부족해 모내기를 하지 못한 강진 농업인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 시기, 강진군 농업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두 달이 넘는 긴 가뭄 끝에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단비가 내렸고 예년 보다  늦긴 했지만, 어느 정도 가뭄이 해소 된 농촌 들녘에선 뒤늦은 모내기가 시작됐다. 그렇게 뜨거운 여름 볕이 내리는 생업의 현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많은 농업인들을 위해 강진원 군수님, 비서실장님, 친환경농업과장님과 함께 관내 농업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매일 새벽 여섯 시 부터 출근 전 까지. 열흘 간 강진군 구석구석에 있는 영농 현장을 직접 들여다보며 우리 농촌의 현실과 갈수록 깊어지는 농업인들의 시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며칠간 쉴 틈 없이 이어졌던 현장 방문 중 군동면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그 날도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이른 아침부터 모를 심고 계셨다. 군수님이 어르신께 다가가 "어머니 고생하시네요. 군수입니다."하며 인사를 건네자, 말귀가 어두우셨던 어르신께선 "군수가 어쨌다고라? 군수 보고 여기 와서 모나 좀 심으라고 하쇼." 하며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곤 군수님이 곧바로 "예, 모 심겠습니다."하며 옆에서 일을 거들자 그제야 군수님을 알아보고 "군수님이 여기까지 웬일이냐."며 군수님의 손을 꼭 잡아주시던 어르신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마치 타지에 있는 아들을 만난 것 마냥 그렇게 반가워하시던 어르신에게 강진원 군수님은 "우리 어머님 아버님들 고생하시는 데 용기내고 힘내시라고 응원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말씀을 전했다. 아마 어르신은 농업인들의 찌든 땀이 스며있는 영농현장에 군수님께서 직접 방문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번 현장 방문은 군수님은 물론 농업직 공무원인 나에게도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언제나 영농철이되면 일손이 부족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농업인들의 모습, 갈수록 심각해지는 농촌의 고령화, FTA 등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인한 농가 경제의 어려움 등.. 우리 농촌의 현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자 농업인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강진군의 발전은 농업과 농촌이 늘 함께 공존해야하고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가꾸며 노력하는 지역주민들에게 미력한 능력이나마 젊음을 바쳐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군수님과 함께한 열흘간의 영농 현장 방문이 우리 농업인들에게 고단한 현실속에서도 함께 한다는 기쁨과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활력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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