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어버이날 아침에
[기고]어버이날 아침에
  • 강진신문
  • 승인 2012.05.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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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동 I 마량초 18회 동창회장

5월 8일은 해마다 맞이하는 어버이날이다. 그렇지만 금년에 맞는 어버이날의 감회는 예전과 같지 않다. 이는 지난 이년동안 경민대학교와 성균관에서 '효행교육지도사 1, 2급' 자격증 한문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효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배운 감격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통해서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자자효'가 지니고 있는 천륜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았다. '효'란 두말 할 나위 없이 자식이 부모를 잘 받들고 섬기는 일이다. 그러나 물질 만능주의에 젖어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효를 강조하면 구시대의 낡은 생각이라고 핀잔을 듣는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자립할 때까지 보살핀다.

그러는 동안 노쇠해진 부모 노년의 불편함을 자식이 돌보는 일 역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 일이 쉽지 않아 옛 어른들은 효 실천의 어려움을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부모가 온 소자(효자)하면 자식은 반 소자(효자)한다.' 동양사상의 근간이 되는 유교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사서오경은 효에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효경>은 효를 가르치는 교과서라고 말할 수 있는데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첫째 부모를 공경할 것. 둘째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을 것. 셋째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효'란 어버이를 섬기는 일에서 시작하여 '나라를 위해 일하고 성공하여 이름을 세우는 것(孝始於事親 中於事君 終於立身揚名)이라고 하였다. 나는 배우지 못하여 국가를 위해 봉사하거나 출세하여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지 못함이 늘 아쉽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입신행도 양명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立身行道 揚名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라는 효경장구(孝經章句)가 있다.
 
첫번째는 신체 터럭과 피부까지도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후자의 글은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세상에 이름을 날려 부모함자(諱)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마지막 '효'라 하였다.
 
나름대로 명예와 재물을 얻어 출세한 사람이 많지만 국가적 명예 아니고는 객지에서 자기 부모를 드러나게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뿌리를 찾아 자기 부모를 아는 문중 어른들과 고향에다 베풀고 봉사해서 문중과 고향 발전에 이바지해야만 진정한 '효'가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각종 향우회나 고향 행사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사람들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은중경>에는 부모의 열가지 은혜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이를 잊지 않는 것이 효라고 했다.
<성경>에서 역시 성도들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10계명 가운데 제5계명이 '네 부모를 공경하라'이다. 이와 같이 유교, 불교, 기독교 등 종교 역시 효는 사람이 지켜야 할 가장 첫째가는 계율로 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으로부터 신동소리를 듣고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유명한 매월당 김시습은 '이 세상에는 삼천가지나 되는 많은 죄악이 있다. 그 가운데서 효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죄다'라고 설파했다.
 
나는 4남3녀의 7남매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그리고 나이 일곱 살 때 아버지께서 작고하였고 그 때 서른넷이던 어머니는 올해 90세가 되셨다. 논 한마지기의 유산도 없이 살아온 지난 60여년은 고난과 역경의 세월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동네 서당에서 배운 <천자문> <동몽선습> <명심보감>은 효에 대한 설명문이고 지침서다. 이제 나도 아들 둘을 키워 며느리를 맞이할 때가 되었다. 또 얼마 안 있으면 고희가 되는데 내 아들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버이날 아침에 되돌아보는 감회가 여느 해와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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