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실등에 기상이변이 덮쳤다
역실등에 기상이변이 덮쳤다
  • 주희춘
  • 승인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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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 민물 과다유입 어패류 초토화
이달들어 20여일 동안 집중호우와 함께 비가 계속돼 강진만으로 민물이 과다하게 유입되면서 강진만 어패류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적당히 교차하며 독특한 진미를 내던 강진만 어패류가 기상이변으로 민물에 과다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오후 1시께 칠량면 봉황마을 앞바다. 마을주민 김봉식(75)씨의 소형어선을 타고 5분정도 바다로 나가자 일명 ‘역실등 양식장’이란 곳이 나왔다. 엎어진 등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역실등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봉황마을 주민 150여가구가 30여㏊의 양식장을 꾸리고 있는 대단위 논경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배가 역실등에 가까워지자 양식장의 참담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얗게 입을 벌려버린 바지락들이 뻘위로 들 떠올라 수북히 쌓여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어민들은 망연 자실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같으면 역실등 양식장에서 30여명의 아낙네들이 하루 2~3t의 바지락을 수확했다. 기자가 맨손으로 뻘을 파헤처 보자 한번에 수십여개의 바지락이 뻘과 함께 뭉쳐 나왔다.

그러나 이것들은 이미 모두 죽어있는 상태였다. 주민들은 이미 몇 일 전 폐사되어 마을앞으로 밀려온 바지락 껍질 3t 정도를 수거해 버려야 했다. 주민들은 이번 피해 규모가 3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식장 주변 갯벌에는 혹시나 살아남은 바지락이라도 찾으려는 몇몇 주민들이 나와 있었다. 비 때문에 양식장에도 나오지 못하다 반짝 햇볕이 비치자 이달들어 처음 바다에 나온 사람도 있었다.

주민들은 “수십년동안 바지락을 양식해 오는 동안 적조나 다른 병해충 피해는 있었지만 민물 때문에 이렇게 폐허가 된 것은 처음이다”며 “폐사현장을 차마 눈으로 보지 못해 양식장에 아예 나오지 않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주민 서순배(55)씨는“지난해 5백여만원을 들여 종패를 새로 뿌렸다”며 “바지락을 전혀 채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 종패를 뿌릴 것을 감안하면 2천여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인근 대구와 도암지역의 양식장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큰 피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갯벌의 정화능력이 감소되어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산기술관리소관계자는 “강진만의 상류지역은 염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비중에 해당한다”며 “담수조절기능을 갖추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피해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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