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기행1] 청자박물관
[건축 기행1] 청자박물관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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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석<성화대학 교수>

강진군은 남도답사 일 번지라는 명성답게 맛깔스럽고 독특한 남도음식의 먹거리 문화와 후한 인심, 수려한 자연경관 및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있다.
 

이러한 천혜의 자산을 바탕으로 많은 외지 관광객들이 강진군을 찾고 마음의 고향으로 삼으려는 데에는 매년 여름 개최되는 ‘강진청자 문화제’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이하는 ‘강진청자 문화제’는 규모면 에서나 내용면 에서나 여타의 다른 지역 문화제와 차별화 되며 문화관광부에 의해서 전국 10대 문화제로 선정되었고, 이로 인해 강진군의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여름 남도의 열기를 더욱 달구어줄 ‘강진청자 문화제’가 열리기 앞서 대구면 청자도요지의 중심에 세워진 청자자료 박물관을 건축학적 견지에서 둘러보고자 한다. 
 

강진읍을 지나 강진만을 끼고 농촌 풍경을 한껏 느끼며 마량 방면으로 차를 달리다보면 ‘푸른하늘 푸른바다 비취빛 청자골’ 이라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청자자료 박물관에 진입하게 된다. 이곳은 북으로는 산과 들이 가까워 땔감이 풍부하고 남으로는 바다가 인접해있어 해로를 통한 수송이 용이하며 도자기의 원료인 양질의 고령토와 규석이 산출되는 곳으로 예부터 도요지로는 천혜의 명당이었다.

이곳에 강진청자자료 박물관은 강진만을 바라보며 남동향으로 자리를 하고 있다. 연건평 670여 평의 전시관은 5.1m×5.1m 모듈을 활용한 지상2층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외양은 고려청자의 부드러움을 간직한 지붕처리를 통해 도자기 형태를 연상시켰다.

1층 현관입구에 있는 경사로형 계단과 승강기 및  장애자용 화장실은 장애자를 고려한 의도가 엿보이고, 관람객과 직원 및 학예직원 그리고 전시물품의 반출입을 위한 각각의 동선 분리가 매끄럽게 분리처리 되어 소규모의 박물관이지만 그 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평면구조로 설계가 되어있었다. 더불어 별동으로 떨어져 있는 고려청자 가마터 건물을 하나의 동선으로 처리하였더라면 관람객들의 청자에 대한 감동을 이어가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층 로비라운지는 2층을 개방시켜 시원스러움을 주었고, 1층에 위치한 기획전시실과 2층에 있는 유물자료전시실은 천창과 고측창을 이용하여 자연채광을 건물내부로 끌어 들이므로서 고려청자의 고유한 비취색을 더욱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한 훌륭한 구조였다.
 

전시관의 외부벽면의 재료는 화강석 돌붙임과 붉은색 자기질 타일 및 본타일로 마감을 하였는데 붉은색 자기질 타일은 고려청자전시관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칼라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건물 전면에 일부 설치된 청자 자기질 타일벽은 발길을 한참이나 멈추게 하고 청자의 멋을 느끼게 하였는데, 기왕이면 건물의 지붕을 청기와로 잇고 청자 벽타일로 외벽 전체를 그래픽 하였더라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청자작품과 같다는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주위의 부속동들은 대부분의 건물들이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에 흰색과 붉은색의 수성페인트로 칠이 되어있어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오히려 초가 지붕으로 된 화목 가마실에서 한껏 표출된 고려청자의 분위기와 청자도요지로서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청자를 재현하고 작품을 만들고 있는 청자연구작업동 만큼은 옛스러움을 간직한 전통식 건물로 구성하였더라면 청자에 대한 기대를 갖고 먼길을 달려온 외지관광객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자를 보존하고 재현하는 곳을 방문했다는 설레임과 몇 가지 아쉬움을 함께 하며 발길을 돌렸는데 ‘푸른하늘 푸른바다 비취빛 청자골’ 이라는 컨셉에 맞추어, 바닥(보도블록) 이나 벽, 지붕의 색깔 등에 대한 통일과 기념할 만한 전통가옥의 재현 그리고 단지내의 정리 등을 통해 천년의 혼이 살아 숨쉬는 고려청자의 맥을 잇고 재현하는 전국유일의 고려청자전시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투자와 노력이 있을 때에 강진청자박물관은 다시 찾고 싶은 건축물로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잡을 수가 있고 특화된 상품으로 전국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용어해설

모듈(module): 건축의 계획, 설계, 시공에 있어서 건축공간을 구성하는 각 부분의 치수가 건설목적에 적합하고 이용에도 적당하도록 치수계획을 하면서 동시에 건축을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건축재료에 대해서도 시장의 재료치수를 사용하여 낭비를 적게 하고 마무리를 잘되도록 하기 위한 기준척도를 말한다.

천창(top light):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광선에 익숙해져 왔으며 ,자연광선이 행하고 있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한 자연광선을 선호한다. 전시관에는 보존의 문제가 허용 하는한 자연조명의 채택이 꼭 필요하며,  천장의 중앙부를 통하여 자연채광을 실 안으로 유입시킨다.

고측창(clear story): 천장에 가까운 측면에서 채광하는 방식.

동선(moving line): 일상생활에 있어서 어떤 목적이나 물건이 움직이는 자취를 나타태는 선. 평면계획의 중요한 요소이고 짧고 단순한 것일 수 록 좋고 각종 동선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좋다.

본타일 : 소지면에 도료를 뿜칠하여 두꺼운 도막의 요철무늬를 형성시켜 깨끗하고 화려한 외장면을 만들어 주는 도장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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