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작물 수확 해도 남는게 없어요"
"밭작물 수확 해도 남는게 없어요"
  • 주희춘
  • 승인 2002.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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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최춘애씨의 초가을 표정
농민 최춘애(여·57·작천 야동마을)씨의 8월말은 밭작물을 수확하며 쏠쏠한 재미를 느낄때이다. 여름내 땀흘려 재배한 밭작물을 내다 팔아 돈이 궁한 초가을에 요긴하게 사용하곤 했다.

그러나 올해 최씨는 착찹한 마음뿐이다. 여름내 남편과 함께 땀흘려 고생해 재배했던 고추값는 ‘똥금’이고, 옥수수는 지난해 절반값에 내다 팔아야 했다. 무엇보다 내년부터는 마늘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니 도대체 가을이 가까워져도 흥이나지 않는다.

최씨는 올해 밭에 옥수수, 고추, 마늘, 참깨등 네가지의 작물을 심었다. 최씨는 올여름 490여평에서 재배한 옥수수를 광주도매시장에 팔아 100여만원을 벌었다. 그런데 이 돈은 지난해 절반수준일 뿐이었다. 옥수수값이 1개에 지난해 300원에서 150원으로 떨어졌다.

최씨의 가장 큰 밭농사인 고추 역시 마찬가지다. 최씨의 고추는 주변에서 품질이 좋기로 소문나 매년 수확하기도 전에 상당량을 계약판매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가격도 폭락해 한근에 3천원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가격은 6천원이였다. 그나마 올해는 궂은 날씨와 각종 병충해 때문에 수확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최씨는 인건비라도 건지려면 최소한 4천원은 받아야 한다며 버티고 있으나 근당 3천원하는 중국산 고추가 밀려오고 있다는 말에 걱정이 태산이다.

최씨는 “일주일에 두세번씩은 밭에 나가 모종을 돌보며 애지중지 고추를 길러 비옷을 입고 고추를 수확해야 했다”며 “얼마전 누가 한근당 3천원을 부르길래 썩어도 그렇게는 못 판다고 했다”고 침통해 했다.

내년부터 중국산 수입관세가 크게 인하되어 국내산 타격이 불가피한 마늘도 마찬가지다. 최씨의 경우 마늘농사를 통해 올해 예년과 비슷한 300만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당장 종자용 마늘처리가 고민이다.

멋모르고 내년 마늘농사용으로 500㎏를 준비해 두었으나 관세인하소식이 나중에 알려지는 바람에 이를 모두 심을수도, 그렇다고 종자용마늘을 내다 팔 수도 없는 형편이다. 종자용마늘은 낱개로 분리해서 보관하기 때문에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씨는 “중국산마늘 소식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다면 최소한 종자용 마늘 손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문제속에 최씨의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 수십년은 농촌에서 살아야할 자신과 남편에 대한 얘기였다.

“고생해서 키운 자식들이 잘 되어서 걱정없이 말년을 살겠다 싶었는데 이제 농촌에서 해먹고 살게 없어질 판입니다. 그렇다고 도시로 갈수도 없으니....”

최씨는 요즘 유일하게 돈되는게 참깨라며 길옆에 포장을 깔고 참깨를 털고 있었으나, 한알한알 쌓여가는 참께도 최씨의 표정을 밝게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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