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시인·목포마리아회고 교사>
환인의 아들 환웅이
홍익인간의 뜻을 펼칠 나라로
해가 맨 먼저 얼굴을 내미는 조선을 찍었듯이
내 맘에 딱 드는 계집 같은 흙과 눈 맞아
남쪽 바닷가에 둥지를 틀었지
환웅이 풍백과 운사와 우사로
세상을 주물렀듯이
한평생 흙의 맘을 사로잡아
연꽃도 피워 내고
학의 울음소리도 새겨 넣었지
박달나무 아래 자리 잡은 환웅이
마늘과 쑥만으로 무릎에 꽃을 피워 낸
곰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듯이
한세상 가마 속에서
다들 지독한 고독을 견뎌 내야 했지
환인이 아들 중에서
제일 믿음직한 아들 환웅에게
조선을 다스리는 기회를 주었듯이
비취빛 강물에 하늘이 숨 쉬는 것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사금파리 되었지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해가 맨 먼저 얼굴을 내미는 조선을 택하여
홍익인간의 뜻을 펼쳤듯이
천금을 준다 해도, 이제는 흙과 한 몸이라
남쪽 바닷가 둥지를 떠나지 못하지
저작권자 © 강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