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시]도공의 노래
[독자 시]도공의 노래
  • 강진신문
  • 승인 2011.06.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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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시인·목포마리아회고 교사>

 환인의 아들 환웅이
 홍익인간의 뜻을 펼칠 나라로
 해가 맨 먼저 얼굴을 내미는 조선을 찍었듯이
 내 맘에 딱 드는 계집 같은 흙과 눈 맞아
 남쪽 바닷가에 둥지를 틀었지
 
 환웅이 풍백과 운사와 우사로
 세상을 주물렀듯이
 한평생 흙의 맘을 사로잡아
 연꽃도 피워 내고
 학의 울음소리도 새겨 넣었지
 
 박달나무 아래 자리 잡은 환웅이
 마늘과 쑥만으로 무릎에 꽃을 피워 낸
 곰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듯이
 한세상 가마 속에서
 다들 지독한 고독을 견뎌 내야 했지
 
 환인이 아들 중에서
 제일 믿음직한 아들 환웅에게
 조선을 다스리는 기회를 주었듯이
 비취빛 강물에 하늘이 숨 쉬는 것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사금파리 되었지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해가 맨 먼저 얼굴을 내미는 조선을 택하여
 홍익인간의 뜻을 펼쳤듯이
 천금을 준다 해도, 이제는 흙과 한 몸이라
 남쪽 바닷가 둥지를 떠나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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