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땅은 풍요로운 농작물을 잉태하고
기름진 땅은 풍요로운 농작물을 잉태하고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10.01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기행-병영면 중고마을

▲ 마을 안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가옥들이 나무들과 어울려 평화로운 농촌의 풍광을 그리고 있다. 병영면 중고마을은 예부터 상수리나무가 많아 상수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널다란 병영들판 벼농사 풍년... 단감, 복숭아, 딸기도 많이 재배

가을의 따가운 햇살이 곡식들의 알알을 더욱 여물게 만들고 있다. 수확의 계절로 접어든 요즘 농촌들녘은 농기계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기만 하다.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농촌의 들녘을 따라 역사의 숨결이 묻어나는 병영면으로 향했다. 병영면에 접어들어 찾아간 곳은 중고마을.

넓게 펼쳐진 들녘사이로 마을을 이뤄가고 있는 중고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군동~작천 간 까치내재를 지나 작천 삼거리에서 병영면소재지 방면으로 3㎞를 달리다보면 좌측방면으로 중고마을을 가리키는 마을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너른 평야를 가로질러 1.2㎞를 더 달리다보면 사장나무 아래로 조성되어 있는 쉼터가 모습을 보인다. 이곳이 바로 중고마을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다.

후덕한 마을 인심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이루고 있는 중고마을은 축복 받은 땅이다. 기름진 땅은 풍요로운 농작물을 잉태하고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저수지는 그 생명을 키워내고 있었다.
 
중고마을은 예부터 상수리나무가 많아 '상수리'라고 불리었다. 이후 지난 1917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고성(古城)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하여 오늘날 중고마을로 이어지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고성은 옛 병영성을 뜻한다.
 

▲ 마을회관에 모여 앉은 주민들이 중고마을의 발전을 바라며 힘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또한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국을 이루고 있어 소와 연관된 지명들이 마을 곳곳에 전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힘이 세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앞서 말했듯이 중고마을은 넓은 평야를 배경으로 마을이 형성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 앞에 펼쳐진 농경지만도 200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광활한 농토는 오늘날 마을주민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중고마을은 지난해부터 탑 라이스단지로 운영돼 고품질의 벼를 생산해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탑라이스는 호품이라는 품종을 도입해 규격화된 쌀을 생산해내는 것으로 고품질 쌀 매뉴얼에 따라 물 관리, 품종 혼입률 등을 관리하는 재배방식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중고마을 송용백(64)이장은 "중고마을은 넓은 평야를 갖추고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다양한 쌀 생산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며 "오는 2011년까지 탑라이스 재배방식을 운영하게 되며 이후 150~200㏊의 대규모 친환경재배단지를 조성해 쌀 수출단지로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중고마을이 이같은 재배단지를 이루고 있는 것은 단연 넓은 평야만을 갖추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고마을 농경지는 대부분이 점질토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중고저수지, 삼치저수지 등 마을 곳곳에 저수지가 위치해 있어 농수확보도 용이하다. 말 그대로 최고의 미질을 생산해 내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들은 전부 갖고 있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55세대 11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중고마을은 미맥 이외에도 단감, 오이, 딸기, 복숭아 등 다양한 원예작물이 생산되고 있다.

▲ 중고마을 쉼터에는 군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350년 정도의 느티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전형적인 미맥위주의 농촌마을 속에서 복합영농 방식으로 주민들의 소득을 향상시켜가고 있는 셈이다. 
 
중고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는 가래치기다.

앞서 말했듯이 중고마을은 중고저수지를 포함해 크고 작은 저수지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병영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이른바 '가래치기'이다. 
 
가래는 통대나무를 약 80여㎝로 잘게 잘라서 삶아 말린 다음 이것들을 줄로 엮어 만든 것을 말한다.

이것을 이용해 제일 윗부분에 중심을 주고 아래쪽으로 펴지게 줄을 엮어 가면 부채골 모양의 가래가 완성된다. 현재도 중고마을 주민 대부분은 이러한 가래를 갖고 있다. 
 
가래치기는 저수지 물을 빼야 하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오는 10~11월경에 중고저수지 또는 중가저수지에서 가래치기를 계획하고 있어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이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디서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안고 살아가는 중고마을 주민들. 마을이 포근한 정취를 풍기는 것도 주민들의 애향심과 노력이 살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천혜의 환경을 갖춘 중고마을이 군을 대표하는 농촌마을로 성장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마을로 발전하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 본다. 

 


"몸 놀리지 않으니 지금도 건강"

중고마을 노인회장 김동렬씨

지난 1950년대 중고마을로 이사와 오늘날까지 삶을 이어가고 있는 김동렬(83) 중고마을 노인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 회장은 장흥 용산면 출생이다. 이날 김 회장은 55마력의 대형트랙터를 몰고 밭으로 나갈 채비 중이었다.

8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김 회장은 혼자 9천900㎡(3천평)의 농사를 지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었다.
 
2남4녀를 두고 있는 김 회장은 "요즘은 매일 같이 걸려오는 자식들의 전화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아마도 80세가 넘은 나이에 트랙터와 경운기를 몰고 농사를 짓다보니 자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한 평생 농사일만 해온 사람이 갑자기 농사를 포기하고 쉬다보면 골병을 앓기 쉽상이다"며 "몸은 고단하고 힘들어도 부지런히 일을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정신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동생 김동주(73)씨를 한 평생 돌보고 있어 지난달 KBC방송사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에 김 회장은 "형이 동생을 보살피고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인데 무엇 때문에 방송사에서 출연을 요청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형제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또한 없어도 우애  만큼은 풍족함을 이루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을에 대해 김 회장은 "중고마을에서 60여년을 살다보니 이제는 이곳이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풍요로운 들녘과 온후한 주민들이 늘 함께 하고 있는 고장이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