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옥을 잃다
아름다운 한옥을 잃다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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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옥을 잃다

비장네 한옥이 남양주시로 떠났다. 한옥이 뜯기면서 드러난 앙상한 뼈대를 보면서 한옥에서 기와지붕이 차지하는 비중이 저렇게 큰 것인지 처음 알았다. 기와지붕과 촘촘한 기둥이 조화를 이룬 비장네 한옥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기와가 걷힐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고, 앙상한 뼈대를 보며 과거 한옥의 아름다움을 다시한번 되새겼다.

한옥을 옮기는 일이 그렇게 조심스러운 일인지도 처음 알았다. 기와를 한 장 한 장 걷어내 엇갈리게 쌓고, 아주작은 기둥에도 번호를 매겼다. 수십년 동안 집을 뜯어왔다는 한 인부는 이렇게 좋은 나무는 처음 본다고 감탄했다. 집을 뜯어내며 드러난 바닥에는 80년전 소금등으로 갈무리한 땅이 그대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비장네 뒤편 은행나무는 5월 하늘아래 푸르름을 더했고, 뒷뜰의 모란은 변함없이 만개했다.  

사람들은 지금 침묵하고 있다. 그동안 비장네를 지켜보기 위해 참여했던 사람들도, 비장네가 외지사람에게 거래되는 것을 보았던 공무원들도, 말은 없었지만 진심으로 비장네가 강진에 남아있길 바랬던 사람들도 모두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우리의 후손들은 나중에 비장네 한옥을 견학하기 위해 남양주시를 찾게 될지 모른다. 외국 박물관에서 우리의 문화재를 대하면 그것들을 빼앗기고 도둑맞았던 조상들이 원망스러워 진다. 훗날 남양주시의 사람들은 ‘저것은 원래 강진에 있던 한옥인데 강진사람들은 그 가치를 몰라서 가치를 잘 아는 우리가 과감히 가져왔다’고 말할 것이다. 이말을 듣게될 우리의 후손들이 상상된다. 강진의 후손들은 당연히 강진의 조상들을 원망할 것이다. 우리는 당대에 아름다운 한옥 한 채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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