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봉이 아름다운 자태 뽐내는 아름다운 중산간 마을
나팔봉이 아름다운 자태 뽐내는 아름다운 중산간 마을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5.1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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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옴천면 영복마을 -

▲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나팔봉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영복마을은 전통방식으로 쌓아올린 돌담이 아직도 상당부분 남아있다.
항상 복이 깃드는 곳... 주민들 부지런하기로 소문

한낮에 내리쬐는 봄볕은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듯 따갑기만 하다. 논을 뒤엎어 고르게 하는 작업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농민들은 한낮의 무더위도 잊은 채 한해 농사를 준비하기에 분주하다. 차창 안으로 시원스레 밀려오는 바람이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는 가운데 옴천면 영복마을로 발걸음을 향했다.

옴천면소재지에서 지방도 835호선을 타고 장흥방면으로 3㎞ 정도를 달리다 보면 우측방면으로 영복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이 나타난다. 표지석을 따라 300m를 더 달리다보면 옹기종기 가옥들이 모여 있는 영복마을을 볼 수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있는 아름드리 팽나무가 운치를 더하는 영복마을은 마을 뒤편으로 나팔봉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중산간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영복(永福)마을은 항상 복이 깃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여 영복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마을 입촌 연대는 확실한 고증이 어려운 상태로 이천 서씨, 장수 황씨가 처음 터를 잡고 영복이라 했다고 전하며 현재는 낭주 최씨, 김해 김씨, 밀양 박씨 등 27호 50여명의 주민들이 미맥농사 위주로 생활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선돌이었다. 높이50㎝ 정도의 선돌 1기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과 복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예전에는 산간지역에 나타나기 쉬운 호랑이도 쫓아준다는 주술적 의미가 강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마을 안길을 따라 곳곳을 둘러본 후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미리 연락을 해놓은 최경준(58)이장을 만났다. 올해로 4년째 마을의 대·소사를 담당하고 있는 최 이장은 농번기를 맞아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자랑에 대해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 마을입구에 마련된 우산각은 무더운 여름 주민들의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마을에 대해 최 이장은 "영복마을은 복이 깃든 마을이기도 하지만 예부터 개미형국으로 불리면서 주민들이 부지런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며 "첫 번째로 주민들의 부지런함을 손꼽을 수 있고, 두 번째로 친환경농업을 선도하는 마을, 세 번째로 인심 좋은 마을이다"고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친환경농업 선도마을이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이다.
옴천면 영복마을은 지난 2009년도에 친환경 농업지역과 무농약 인증면적 등으로 전라남도 지정 친환경농업 선도마을로 지정됐다. 영복마을은 전체 경지면적 31㏊중에서 52%에 해당하는 16㏊에 친환경농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전체 친환경 면적 중에서 6.6㏊에 대해서는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이밖에도 배추, 고추, 감자 등 마을에서 재배되고 있는 농산물 역시 대부분이 무농약을 실시한 웰빙작물로 재배함으로써 친환경 농업을 이끌고 있었다.

영복마을은 오는 10월경에 마을 뒷산 2㏊면적에 고로쇠나무를 식재해 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을 마련할 계획 중이었다.

영복마을은 강진맥우를 사육하고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90년대부터 강진맥우 사육에 들어간 영복마을은 현재 주민 임종길(70)씨를 비롯해 10여 농가에서 400여두의 맥우를 사육하고 있다.

강진맥우는 한약제와 막걸리를 곁들인 알코올사료를 사용함으로써 육질이 부드럽고 한우의 독특한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일반 사료에서 포함되는 항생제나 한우 성장을 촉진하는 비육촉진제를 먹이지 않아 고급육으로 인정받고 있다.

▲ 회관에 모여 앉은 주민들이 쌀을 한데 모으는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이장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발길을 돌려 회관으로 들어섰다. 회관에 들어서자 주민 4명이 모여 앉아 쌀을 한 데 모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궁금증을 안고 질문에 나서자 주민 신감순(87)할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신 할머니는 "면민의 날 행사에 사용하기 위해 주민들이 하나 둘 씩 가져온 쌀을 모으고 있다"며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쌀 나누기에 동참한 것을 보면 마을사람들이 정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복마을은 산골마다 맑은 물이 흘러내려 산수 좋은 마을로 통하면서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농지면적도 29㏊ 정도로 인근 마을에 비해 넓은 편이어서 자연스레 부촌을 형성했다. 이 때문에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처럼 마을의 인심도 좋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었다.

마을 안길을 따라 둘러본 영복마을 곳곳에는 전통방식으로 쌓아올린 돌담이 아직도 상당부분 남아 있었다. 집안이 보일 듯 말 듯 하게 쌓아올려진 돌담은 콘크리트로 단장된 담장과는 다른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10여년 전에 비해 주민은 크게 감소했지만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인심 좋은 마을을 일궈가는 영복마을의 정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 그대 로를 간직하고 있다.

●인터뷰 - 마을주민 임종길 씨

"친목 깊고 협동심 발휘하는 마을"

지난1996년도까지 15년간 마을 이장을 맡았던 임종길(70)씨를 만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마을입구에서 1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임씨 자택에 들어서자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이름 모를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의 정취를 더욱 화사하게 하고 있었다. 축사 한켠에서 소여물통에 물을 담고 있는 임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상에 대해 임씨는 "요즘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다 보니 걱정이 태산이다"며 "지난 10여년 동안 쌓아올린 수고가 한순간에 재가 되진 않을까 우려가 깊다"고 말했다.
 
마을에 대해 임씨는 "영복마을은 효행으로 표창을 받은 주민들이 많을 정도로 경로효친 사상이 지켜지고 있는 곳"이라며 "특히 농한기에도 쉬지 않고 일일노동을 나갈 정도로 부지런한 마을이라 낮에도 주민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을에 대해 임씨는 "산세가 좋아 주민들의 심성 또한 그에 못지않다"며 "주민수가 많지 않지만 서로 친목이 깊고 어려운 일에 협동심을 발휘하는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2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는 임씨는 "자식들이 각자 맡은 일 모두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며 "결혼 적령기에 찬 막내아들이 제 짝을 찾아 하루빨리 결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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