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향우회 유대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
"읍·면 향우회 유대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9.12.31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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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김정열 신임 재경강진군향우회장

최근 몇 년 동안 강진과 인연을 둔 조직체 중 향우회 만큼 급성장한 조직을 찾기 어렵다. 향우회는 현재까지 재경서울향우회를 비롯해 각 지역별로 40여개 향우회가 운영중에 있고 각 면단위 향우회가 잇따라 결성돼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또 산악회와 같은 취미동호회가 이곳저곳에서 활동하는 등 각 향우회원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신경망을 형성하고 있다. 회원 숫자로만 따지면 모두 3만여명이 넘는다. 이는 강진군의 인구와 맞먹는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다. 강진에 거주하는 사람 만큼 또 다른 강진인구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강진발전을 위한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취임한 김정열 재경강진군향우회장은 10여년 동안 신전면향우회에서 활동해 오면서 재경서울향우회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그의 삶은 맨손으로 타지에서 성공을 이룬 많은 향우들의 삶이고, 그의 향우회 생활은 재경서울향우회가 뿌리내린 산 역사이기도 하다. 지난 22일 새해벽두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사무실에서 김회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엊그제 신임회장에 취임하셨습니다. 취임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 여러가지로 부족한 제가 제17대 재경강진군향우회 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만, 주위에 훌륭하신 향우님들께서 많이 계십니다. 특히 김유성, 김수복 두 분의 명예회장님을 비롯하여 김창한 수석부회장님은 물론 김석방 총무부회장님, 강애선 여성회장님 등과 어려운 일에 봉착할 때마다 같이 걱정하고 의논을 하면서 배우는 자세로 나아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명예회장님들께서 이룩해 놓으신 아름다운 전통과 훌륭하신 업적을 발판과 밑거름으로 삼아 재경강진군 향우회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생각입니다.
 

두 개의 섬유회사를 운영하면서 서울 종로5가 요지에 6층짜리 빌딩을 소유한 김정열(68) 신임 재경서울향우회장은 자가용이 없다. 필요하면 택시를 타고 다닌다. 대신, 자신이 자가용을 운영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한다.

김회장은 운전사가 있는 고급중형차를 운행할 경우 연간 1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유지비에 운전사 월급, 각종 세금까지 합하면 그정도가 나온다. 그러나 택시를 타면 좋은 콜택시를 이용해도 연 3천만원 정도면 유지가 가능했다. 김회장은 1억원에서 3천만원을 뺀 7천만원으로 매년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그 대상은 고향의 어려운 분들은 물론 전국의 장애학생, 독거노인등이 포함된다. 그런 세월이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고향에 기부를 많이 하셨습니다. 남다르게 정을 나누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계십니까?

▷ 시골에서 태어나 고향에 좋은 일 하고 싶지 않은 분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남다르게 정을 나누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부모의 능력이 부족하여 배우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 장애의 몸으로 살고자 몸부림치며 외로워하는 사람을 볼 때 마음이 늘 아픔니다. 교통비를 절약하여 작은 마음이나마 어려운 장애학생들에게 보탬과 도움이 된다면 더없는 보람일 뿐입니다.
 

▶지금 각 읍·면 향우회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조직을 어떻게 추스르실 계획이십니까?

▷사랑의 협력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읍·면 향우회의 구심점이 되는 향우회 총회나 송년의 밤 행사는 물론이고 향우회 내의 소집단 모임 즉, 예를 들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동문회 모임까지도 애정을 듬뿍 담아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각 읍·면 향우회와는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 유대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 나갈 것입니다.
 

▶고향 강진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등 메스미디어를 통하여 알고 있습니다만 강진에서 태어난 강진인으로서 가슴 뿌듯한 긍지와 자부심에 한마디로 감격스러웠습니다. 이러한 추세로만 간다면 앞으로 2~3년 뒤에는 우리 고향 강진이 지금까지 뒤쳐져 있던 타 시·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잘 하면 앞질러 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조심스런 생각도 미리서 해 봅니다. 이 모두가 황주홍 군수님을 비롯한 이삼현 군의회의장님과 강진군민과 모든 공직자, 사회단체장, 이장단님들의 노고가 없이는 이룩할 수 없었다고 믿습니다.
 

▲ 김정렬 회장이 김석방 총무부회장으로부터 향우회 업무협의를 하고 있다.

▶고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향우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향우회에서는 매년 자랑스런 강진인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만 명실 공히 자랑스런 강진인 상을 받을 수 있기에 합당한 훌륭한 인재가 가능한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거대한 시장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향우님들이 소비하시는 각종 농·수·축산물을 강진산으로 애용하며 대체시키려는 노력을 보다 더 많이 하시고, 군청에서도 더 많은 홍보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우리 향우님들의 역할이 때로는 보이게, 때로는 보이지 않게 많이 필요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우회원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특별히 당부 드릴 말씀은 향우님들 각자의 건강을 잘 돌보시고, 다사다난했던 기축년 잘 마무리하시며, 희망의 경인년에는 내 가정에 더 깊은 사랑을, 내 직장에 최선을 다하고, 향우회에 작은 것이라도 관심을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만사형통하시고 가내에도 만복이 깃드시기를 바라며 새해에는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김회장은 맨몸으로 서울에 올라가 성공을 이룬 인물이다. 김회장은 신전면 어관리에서 11남매의 셋째로 태어났다. 당시 농촌의 모든 집이 그랬지만 김회장의 집 역시 찢어지게 가난했다. 형제들은 줄줄이 연년생이었다. 김회장은 15세때 무작정 서울에 올라와 섬유일을 시작했다. 공장생활을 하며 형제들을 하나하나 서울로 불러 올렸다. 형제들을 학교에 보내고 결혼을 시켰다. 그렇게 세월이 가다보니 11남매가 서울에서 모두 자리를 잡았고 조그맣게 시작한 섬유회사는 중견업체가 됐다. 10번째 동생인 정만씨는 사법고시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법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지금 서울에서 11남매가 살고 있다.
 


▶고향에서 올라와 고생을 많이 하셨을 텐데 외롭고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저는 우리 어머님을 생각하고 용기를 얻었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습니다. 열다섯에 서울에 올라왔는데 하도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1년5개월만에 기차를 타고 고향집에 내려간 일이 있습니다. 1962년 눈이 많이 내리던 12월 캄캄한 밤이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저를 방으로 들여보내지도 않고 두시간 동안 눈이 쌓이는 마당에서 무릎을 꿇게 했습니다. 들어오지 말고 돌아가라는 것이었어요. 한참 후에 자식들의 양말을 꿰메시던 어머님이 손바느질 하시던 걸 그대로 들고 나오셔서 "네가 동생들 가르치고 서울로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 보고 싶어도 참아야지 이놈아!" 하셨습니다. 그날밤 저는 어머님을 힘껏 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답을 하던 김회장의 눈에 눈물이 많이 고여 볼 위로 흘러 내렸다. 눈물을 닦는 손수건이 따뜻해 보였다. 김회장은 부인 백선옥씨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첫딸인 수연(28)씨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대학원을 준비 중에 있고, 둘째인 아들 이호(24)씨는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강진으로 돌아와 기사를 거의 탈고할 무렵 김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님관련 답변 내용은 기사에 넣지 않았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까웠다. 우리 모든 어머님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묻어 버리는게 아까웠고 김회장과 어머니가 눈내리는 마당에서 껴안고 통곡한 기사를 쓰면서 필자가 눈물을 찔끔거린게 아까웠다. 그래서 김회장에게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안심시켜드리고 고심 끝에 이렇게 내용을 넣어 원고를 넘겼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김회장의 마음이 새해에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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