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광장'이 없다
[다산로에서]'광장'이 없다
  • 강진신문
  • 승인 2009.12.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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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환 I 작천지역아동센터

한해의 막바지에 목하, 강진이 요동칩니다. '성윤환'의 국정감사 발언으로 곳곳에 그를 성토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야단입니다.

요컨대, 강진군이 매입한 '청자상감연국모란문과형주자'(2007년)와 '청자상감모란문정병'(2009년)이 조작된 가격으로 거래되었고, 여기에는 또한 특정 문화재 감정위원들의 검은 결탁이 개입되었다는 추문입니다.
 
이것에 발끈한 군청은 프레스센터에서 문제의 청자를 공개적으로 재감정하며 '성윤환'의 '가짜 감정'을 연신 목청껏 외치고 있고,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 또한 힘껏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H형. 지역사회에 압도적으로 팽창한 정치적 상상력을 목격합니다. 문제의 현안을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태도는 이제 감정적인 차원에서는 완전한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청자' 스캔들은 기실, 논쟁이 진행 중인 사안일  뿐입니다. 한편에서는 "감사원 감사 이상의 감사가 필요하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법적 판단을 이미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지요.

그럼에도 주변은 확정된 결과에 근거한 것인 양 특정한 색깔로 그려내는 풍경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지역경제의 타격', '군민의 명예 훼손' 등의 말들이 선동적으로 나도는 기세입니다.
 
물론 이런 지배적인 분위기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진정한 노력의 부산물이라면 피할 수 없는 연습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공공성'과 '개별성'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반민주적 공공성의 압도적 지배로 나타난다면 심각한 체하지 않을 도리도 없습니다.
 
H형. 대화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타자'의 존재를 전제로 합니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주체 사이의 견해와 욕망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밀고 나아가면, 하나의 사회현상에 대해 엄밀한 분석을 배제한 채로 성급하게 취하는 공세는 사회분위기를 '마녀사냥'의 꼴로 몰아간다는 말이겠지요.

사실이 사실대로 존재하지 못하는 비이성적인 상황을 조성하게 되며, 이것은 사회적 터부를 낳기 마련이지요.
 
나아가 그런 사회적 터부를 이용하는 집단이 생기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곤 하지요. 이를테면 영화 '공동경비구역'이나 '실미도' 또는 소설 '태백산맥' 등의 논쟁은 기실, 그 내용만 달랐을 뿐 이즈음 우리 지역사회의 문제해결방식의 폐해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H형. 백번 양보한다할지라도, 여태껏 지역의 여느 시민사회단체가 '청자' 스캔들에 대해 토론의 광장을 마련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지역의 당면한 문제에 자유롭게 각자의 의사와 의견을 교환하여, 그것을 '우리의 문제'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풍문으로도 듣지 못했습니다.

또한 툭하면 '주민의 이름으로'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여느 정치인이 지역의 현안을 공론의 장으로 유도하여, 정치적인 의사결정의 공공성을 담보하려는 애씀을 보지 못했습니다.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모든 관계자가 의사형성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는" 행태의 정치 과정을 눈씻고 보아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네들이 하는 것이 항상 그러지 뭐"라는 냉소가 악습이라면, 이러한 악습적 사고방식을 탈피하도록 하지 못하는 것은 시민사회단체나 정치인 자신의 과오가 아닐까요?
 
H형. 누구나 우리 지역이 건강하고 건실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구호주의와 감정의 성감대를 건드리는 '센티멘탈한' 행태들이 논리적으로 표현되고 토론되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진실한 태도로 자유롭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고 그 의견을 남들과 아무 외부적 구속 없이 나눌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노력입니다.

오직 이런 조건과 절차를 통하려는 수고로 인하여 지역의 정치문화에 민주적 공공성의 뿌리는 깊게 내릴 수 있지 않겠는지요?
 
H형.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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