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 쓸모 없는 것들의 쓸모
[다산로에서] 쓸모 없는 것들의 쓸모
  • 강진신문
  • 승인 2009.10.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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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I 시인·도암면 항촌리

이것도 도시 사람 생각이지만, 시골살이를 하면서 가만 보면 비효율적인 것 투성이다. 제본제 자체가 돈이 최고요 더우기나 MB는 막나가는 삽질경젠데, 그와는 좀 차이가 있지만, 농촌경제나 사정 역시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일테면 이렇다. 몇억 몇십억원을 돈을 들여 무슨 사업을 하는데, 거기에서 나올 기대수익이라는게 그냥 그작저작이다. 대부분의 나랏돈 쓰는 사업들은 그 흔한 타당성조사 하나 없이도 잘도 이뤄진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도처에서, 수도 없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쉽게 말해 자동차 팔아먹기 위해 쌀을 수입하니 자동차로 번 돈 세금 거둬 농촌에 쏟아 부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농촌경제는 말이 좋아 지역경제지 사실인 즉 관치경제의 독무대에 다름 아니다.
 
예전의 취로사업, 즉 공공근로, 노인일자리 사업이라는 게 있다. 이런 사업들의 대부분이 도로변 풀베기인데, 예전에 남의 집에 품을 팔러가서 하던 노동하곤 비교할 수가 없이 일이 수월하다. 그러니깐 정작 일손이 필요한 사람은 일손 구하기가 힘든 아니러니가 생겨난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행위들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전통시대의 관습에 따르는 것 대부분이 사실은 비효율성의 극치다. 이 정권의 실력자들은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이즈음 시골에서는 바야흐로 시제의 계절이 다가왔다. 가을걷이를 한 지금부터 한겨울까지 윗대 윗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시제는 사흘이 멀다 하고 열린다.
 
이것 역시 막스에게나 케인즈에게나 또 MB에게 역시 다분히 비경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노년층들은 이것을 목숨보다 중히 여긴다.
 
전통시대의 관습들 자체가 농촌사회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농촌경제가 뒷전인 지금의 관습들은 하루빨리 치워버려야 할 폐습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시제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한꺼번에 두 곳에서 치러지는 시제에서 한곳의 진행이 늦었다. 이쪽의 홀기를 외치는 사람은 종헌이 어쩌고저쩌는데, 저쪽에서는 아직 아헌 어쩌고저쩌고다.

왕왕 있는 일인데, 진설(상을 차리는 것)을 두고 참석한 사람들간에 의견이 엇갈렸던 까닭이다. 사소한 음식쟁반 놓는 위치 하나를 두고, 이게 맞니 저게 맞니 해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꼭 비효율적일까? 또 있다. 계니 동창회니 해서 끼리끼리 어울리는 동류문화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 자꾸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특히나 농어촌사회로 둘러쌓은 광주와 전남에서는. 그래서 이즈음 나는 이런 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남들이 뭐라든지 내 멋에 산다고. 이런 말도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싫어했던 희대의 살인마 신창원도 그가 도망다니면서 잠시잠깐 만났던 다방여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이 복잡계의 세상에 단 하나의 가치로 제단 될 대상을 없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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