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행]서기산 자락 끼고 넓은 들녘 바라보는 마을
[마을기행]서기산 자락 끼고 넓은 들녘 바라보는 마을
  • 김응곤 기자
  • 승인 2009.10.3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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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읍 부춘마을

▲ 넓은 들녘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뒤편으로 서기산자락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추수를 끝마치고 휑해진 들녘은 계절의 변화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날씨 속에 계절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듯 머리를 흩날리는 갈대의 모습만이 농촌의 풍경을 맞이하고 있다.

강진의료원 앞 다산공원에서 강진읍 보전리 방면 도로를 따라 2km 정도를 달리다 보면 서기산 줄기에 포근히 자리한 부춘마을을 볼 수 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부춘마을은 지금으로부터 500여년전 죽산안씨가 매봉산의 정기를 받아 이곳에 터를 잡고 안정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어 200여년 후 마을 뒷등과 기와골에서 살던 해남윤씨들이 이거해 오면서 부춘리로 개칭해 현재에 이르고있다. 현재 마을에는 해남윤씨, 죽산안씨, 김해김씨, 진주강씨 등 53가구 17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보던 중 마을주민 윤강현(85)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마을에 대해 묻자 윤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은 강진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되어가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우수농촌체험 마을로 선정되는 등 주민들의 노력으로 마을에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춘마을은 지난해 4월부터 마을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에 나서고 있다. 도·농교류 농촌체험관 설립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부산 등지의 부녀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다양한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가고 있었다.
 

▲ 숙박시설, 취사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도·농교류 체험관은 농촌체험을 즐기기 위해 마을을 찾은 도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준공된 농촌체험관은 총 132㎡(40평)의 단층 건물에 50여명이 숙식 가능한 방과 취사시설 등이 갖춰있다.

또 현재 체험관 옆으로는 해마다 전지훈련을 위해 강진을 찾고 있는 운동선수들이 편안한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감독실, 선수실, 샤워실 등을 갖춘 231㎡(70여평) 규모의 운동선수 전용 숙박시설이 세워지고 있었다.
 
해마다 감 수확철인 10월경에는 광주, 목포 등지의 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마을을 찾아와 감 따기 체험활동을 즐기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감나무 과수원의 정취와 풍경을 담기 위해 예술대학교 학생 10여명이 마을을 찾아 체험활동을 즐기는 등 대학생들의 방문 횟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같은 체험활동으로 인해 직거래 판매 행사도 이루어지면서 마을주민들의 소득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어 마을주민 안필환(70)할아버지를 통해 마을 뒤편 산책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뒤편으로 400여m 정도를 걸어가다 보면 매봉산 산자락을 따라 2㎞길이의 산행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은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부촌마을을 찾은 도시민들이 오붓하게 산책을 즐기며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롭게 조성된 곳으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야생 도라지, 녹차, 더덕, 취나물 등을 채취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 매봉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 물난골 약수터는 아무리 가물어도 그 물이 메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산행로는 소나무와 대나무 숲이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곳곳에 설치된 나무벤치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자연의 숨소리를 온몸으로 느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산행로를 따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보고 난 뒤 매봉산 산자락을 따라 흘러내려오는 물난골 약수터에서 약수 한 잔을 맛보는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난골은 물이 나고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산줄기를 따라 2m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물난골 약수터의 멋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물맛 좋기로 유명한 탓에 인근마을 주민들 이외에도 해마다 마을을 찾은 도시 사람들이 20ℓ크기 물통에 한가득 담아갈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이처럼 부춘마을 주민들은 앞날이 보이지 않는 농촌현실을 논하기보다는 농촌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교류활동 등을 통해 발전되어 가는 농촌의 모습을 그려 나가고 있었다.
 
마을출신 인물로는 전남, 광주 등지에서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윤재정씨, 씨름장사 출신인 윤창현씨, 한일은행장을 역임한 윤순정씨, 국세청법무관을 역임한 윤영균씨, 서울시청 계장을 역임한 윤경채씨, 행정고시 합격 후 광주시청 과장을 역임한 홍동오씨, 검찰청 공안과장을 역임한 윤용현씨, 행정고시 합격 후 서울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윤영은씨 등이 있다.
 

 ■ 인터뷰 - 안필환·임영자 부부

"농사짓는 재미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마을회관 앞에서 수확한 벼를 말리는 작업과 함께 팥을 타작하고 있던 안필환(70)·임영자(64) 부부를 만났다.
 
올해 농사에 대해 묻자 안씨는 "평생 한번 맞이할 정도로 대풍년이 왔지만 갈수록 농사짓는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며 "나락값은 떨어지는 반면 농약과 비료값, 인건비 등은 갈수록 오르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천평(3300㎡) 규모에 감나무 150그루를 심어 놓고 있지만 올해는 단감 가격마저 떨어져 농사짓는 재미도 없고 일할 의욕도 떨어지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부인 임씨는 "한 평생 농사짓는 일만 해왔는데 이렇게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농민들이 걱정 없이 편히 농사를 짓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랄 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2남2녀의 자식들을 광주 등지로 보내고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임씨 부부는 "명절 때 찾아오는 자식들과 손자·손녀들 보는 즐거움에 사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농사지어 훌륭하게 키워 놓은 만큼 자식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고 소망이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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