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우리'라는 이름의 또 다른 폭력
[다산로에서]'우리'라는 이름의 또 다른 폭력
  • 강진신문
  • 승인 2009.10.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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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길성 I 강진포럼 공동대표

수 년 전 개인 웹사이트에 한국을 비하한 글을 올린 사실이 최근 드러나 논란을 빚은 인기 아이돌 그룹 투피엠(2PM)의 리더 재범군이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재미 동포 출신인 재범은 연습생 시절이던 2005년과 2007년 미국의 네트워킹 사이트에 "나는 한국이 싫어, 돌아가고 싶어", "여기 사람들은 내가 랩을 잘 못하는데 잘한다고 생각해. 멍청이 같아" 등 한국을 무시하는 발언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논란의 근원은 한국인이 한국인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17살 때까지 미국에서 살았던 재범이 한국에 와서 활동한다고 해서 한국인일까 하는 의문은 둘째치고라도 사적인 공간에서의 의견을 광장으로 끌고 와서 그것을 공론화 시키고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밀어 내는 것은 폭력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 왔다. 농사일을 하거나 제사를 지낼 때, 놀이를 할 때에도 모두 함께 참여하여 서로 돕는 가운데 기쁨을 나누었다. 그래서 '내 가족' 이나 '내 나라'보다는 '우리 가족'이나 '우리 나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이처럼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은 든든한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여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게 하였고, 식민지를 경험한 신생 독립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바탕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잘못 적용될 경우에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또 다른 폭력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너와 내가 손을 잡으면 우리가 되고 평화를 일구어 갈 수 있지만 너와 내가 손을 잡아 동그란 원을 만들고 다른 사람은 들어올 수 없는 울타리를 만들어 버린다면 그것은 경계가 되고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고 만다.   
 
요즘 우리 지역에서는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강진군에서는 인구 감소 제로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인구를 증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해마다 인구는 줄어들어 지금은 4만명 수준도 위협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인구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생업이나 자녀 교육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강진을 떠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출생률도 높여야겠지만 강진군으로 들어오는 유입 인구가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 유치와 귀농 정책 등 여러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있지만 우리 군민들의 의식이 더 개방적이어야 하고, 닫힌 관계망 대신에 열린 관계망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래서 외지 사람들에게 강진은 지역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지역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고장, 열심히 노력하면 차별받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건강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 정착하게 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고 인구 증가도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마을에서는 마을의 여러 행사에 새로 이사해 온 사람들을 초청해서 서로 얼굴을 익히게 하고, 직능 단체별로 회원으로 가입시켜서 친목을 도모하고, 여러 봉사단체에서도 찾아가고 도움을 주는 등 보다 포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옛말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이 있는 듯이 재범군의 사태를 보면서 혹시 우리 지역에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울타리 짓고 나와 출신학교가 다른 사람, 또는 고향이 다르다고 해서 편가르고 밀어내는 경우는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오늘날의 세계를 '지구촌 시대'라고 표현하듯이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나라와 나라 사이가 가까워져서 한 마을처럼 살아가는 시대에서 '우리'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우리' 끼리만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우리 지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혈연이나 지역, 특정 학벌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일차적인 관계로부터 벗어나 한다.

그리고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이차적 관계로 확산되어서 개방성과 역동성 가질 수 있는 지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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