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일 동안 진행되는 인간의 고행
70여일 동안 진행되는 인간의 고행
  • 김응곤 기자
  • 승인 2009.08.2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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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가 만들어지기까지

청자제작은 매우 복잡하고 정성과 정밀을 요하는 작업이다. 산이나 들에서 흙을 채취하여 수비를 하고 성형, 정형, 조각, 초벌구이, 유약바르기, 본벌구이를 거쳐 완성품이 되기까지는 무려 60~70일 정도가 소요된다.

제작과정에서도 불과 흙, 유약의 3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가마내에서 불의 작용과 기상조건, 작품이 놓여진위치에 따라 수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청자는 청하한 비취색을 띠며 보는 이로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1. 수비(水飛)
수비란 자연에서 채취한 점토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화작업을 말한다. 점토를 물에 풀어 가로와 세로길이가 0.1mm크기인 120목의 채로 걸러낸다. 윗물과 모래앙금을 거르고 철분을 제거한 다음 고은흙물을 받아 말리면 고운 점토를 얻을 수 있다.

흙 속에 불순물이 있으면 해당 부위가 수축되거나 팽창돼 혹처럼 부풀어 오를 수도 있다. 또 모래 등이 들어있는 등 입자가 곱고 균일하지 않으면 도자기에 흠이 생겨 결국 나오지 못한다. 수비를 통해 적당히 건조된 흙은 점성을 키우기 위해 토련작업을 하게 된다.

요즘은 토련기를 통해 말린 흙을 넣어 떡국처럼 뽑아내지만 원래는 물을 준 후 하루정도 있다 '메댕이'라는 도구로 흙을 치고 발로 밟아 적당한 크기로 반죽했다. 또 물레에 앉히기 전에 손으로 다시 한번 이겨서 공기를 뺀다. 이렇게 함으로써 점력이 없고 건조되어 덩어리진 흙을 물레에 올려 성형하기 좋게 만든다.
 

2. 성형(成形)
성형이란 토련이 끝난 흙을 손이나 물레 틀을 이용하여 원하는 모양의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다. 청자는 보통 물레를 사용하지만 틀로 찍어내기도 하고 흙덩어리를 빚고 깍아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성형에는 물레성형과 수작업성형이 있다.

물레성형은 수비(水飛)된 찰흙을 물레 위에 올려놓고 물레 상판을 돌리면서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성형에 사용되는 흙의 양은 만들고자 하는 도자기의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30cm높이의 도자기는 6kg태토를, 50cm높이는 15kg정도가 사용된다.

상형성형은 연화형, 죽순형, 참외형, 거북형, 비룡형, 사자형, 기린형 등 주전자나 향로 등과 같이 물레에서 성형할 수 없는 형태를 원하는 형태에 맞게 석고로 만든 틀을 이용해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상형성형에도 필요에 따라 문양을 집어넣어 작품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상형성형은 주로 주전자나 벼루에 물을 붓는 연적 등에 사용된다.
 

3. 정형
정형작업은 성형이 끝난 성형품을 2~3일간 실내에서 적당히 말린 뒤 다시 물레에 올려놓고 굽을 깎고 표면을 다듬는 과정을 말한다. 양각, 음각, 투각, 상감 등 조직적 장식은 보통 정형과정에 이어 그릇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새겨 넣는다.

정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물의 두께를 조정하는 것이다. 두께를 알아보는 방법은 두드려보는 법, 눌러보는 법, 양손으로 안팎을 만져보는 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정형작업을 통해 성형품의 두께 등을 조절해 주지 않으면 초벌이나 본벌시 굽에 균열이 생기거나 구웠을 때 마르는 속도가 달라 깨질 확률이 높아진다. 두께가 너무 얇으면 주저앉을 수도 있다.
 

4. 조각
조각이란 성형이 끝난 기물(器物)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단계로 조각도를 사용하여 여러 가지 기법으로 다양한 문양들을 새겨 넣는다.

조각기법으로는 음각과 양각, 상감, 투각, 부각, 명문기법 등이 있다. 음각은 작품표면보다 깊게 보이도록 새기는 기법이며 반대로 양각은 작품표면보다 도드라지게 하는 기법이다. 고려청자에 많이 사용되는 상감기법은 먼저 음각을 한 후 파낸 부분에 백토와 자토를 넣어 면만큼 파내는 방법이며 투각은 나타내고자 하는 무늬 이외에 배경을 모두 제거하는 조각기법이다. 부각은 문양을 새긴 후 다시 테두리를 하는 기법을 말한다.

한편 조각에 들어가는 문양은 구름과 학을 비롯해 모란, 연꽃, 새나 짐승, 국화 등의 문양이 들어간다. 흔히 상감청자의 대표적인 문양은 구름과 학이 들어간 운학문이며 가장 널리 알려졌고 일반인들이 가장 선호하고 있다.
 

5. 초벌구이
초벌구이는 문양을 그리거나 유약을 입힐 때 성형품의 변형을 막고 유약이 고르게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초벌이 안되고 건조만 된 것을 바로 본벌구이 할 경우 유약이 흡수되면서 성형품의 형태가 찌그러지고 내려 앉아 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이다.

조각이 끝나 그늘에서 15일 이상 말린 성형품을 가마에 넣고 불길과 온도가 고르게 닿게 한 후 약 750~800도의 열을 가해 약 30시간 불을 지펴 아주 서서히 구워낸다. 초벌구이는 열 조절이 잘못되면 파손율이 많으므로 열 조절을 잘 해야 하며 조금만 서두르거나 연료의 투입량이 조금만 많아져도 성형물이 쉽게 파손된다.

초벌구이 시 에는 천천히 가마의 열을 올리는 습도조절을 통해 기물의 균열을 방지할 수 있다. 초벌구이가 끝나면 4~5일간 가마에 그대로 두고 천천히 식힌 다음 꺼내어 선별을 한다. 
 

6.유약바르기
초벌구이가 끝난 예비품을 가마에서 꺼내놓고 나서 표면에 유약을 바르고 재벌구이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약을 바르는 작업을 말한다. 유약이란 도자기의 표면에 얇게 씌워서 광택과 색채 또는 무늬를 내는 유리질의 잿물을 말한다.

유약을 바르는 방법은 담금법, 붓으로 칠하는 법, 분무기로 뿌리는 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중 예비품의 표면처리가 가장 효율적인 담금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대형작품일 경우 기물에 유약을 퍼부어 바르기도 한다.

규석, 장석, 석회석, 철분 등 청자발색을 위한 배합비율에 맞춰 제조된 유약을 물에 풀어 초벌구이가 끝난 예비품 전체에 바른다.

유약을 바르고 불에 구우면 유약이 유리막을 형성하면서 청자색깔이 나오게 된다. 이때 유약에 첨가되는 물질의 배합비율이나 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약이 잘못 제작되면 너무 많이 녹아내리거나 잘 녹지 않아 색깔이 나오지 않게 된다. 
 

7.본벌구이
청자를 1,200~1,300도 정도의 고온에서 구워내 완성하는 과정이다. 본벌구이는 최고온도 1,300도를 기준으로 주·야 연속으로 이틀간 불을 지핀다. 불은 다섯 단계로 나누어 지피게 되는데 처음불을 피움불이라 하고 다음을 벗김불, 세 번째를 돋금불, 네 번째를 녹힘불이라 한다.

마지막 단계인 마감불은 굴뚝과 같은 공기통로의 열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환원시에 꺼내 놓은 숯을 다시 퍼넣어 더운 공기를 채워준다. 끝 구멍까지 불이 끝나게 되면 봉통 입구를 막고 열이 떨어질 때까지 5~6일간 기다렸다가 가마안의 온도가 30도 이하가 되면 가마에서 구운 도자기를 꺼낸다.

본벌구이 단계에서는 가마의 구조, 땔감의 종류, 불을 지펴 태우는 시간과 방법 등의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색깔과 완성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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