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다산의 제자, 이청(李鶴來)에 대한 과제
[다산로에서]다산의 제자, 이청(李鶴來)에 대한 과제
  • 강진신문
  • 승인 2009.05.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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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만 I 성화대 교수·한국사

예전에 다산 정약용과 손암 정약전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이청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어느 강좌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분이 찾아와 이청에 대한 자료를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숙제(?)를 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간단하게나마 관련 내용을 메일로 답장을 하였으나, 또 다시 보내달라는 주문이었다. 야속하게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이제야 그 숙제를 한다. 다산의 제자 가운데 문헌고증 작업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는 이청은 사실 그 발자취가 잘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그의 본관에 대한 의문은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이학래(李鶴來)라는 이름으로 시 4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주인(全州人)이며 벼슬이 부사(府使)에 이른 것으로 나와 있으며, 조야시선(朝野詩選)에는 광주인(廣州人)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정관편(井觀編)에는 계림(鷄林) 이청이 찬술했다고 명기되어 있는 등 출처에 따라 다양하게 명기되고 있다.
 
이청은 1792년 출생이며, 다산 정약용이 1801년 겨울 강진 동문 밖의 주막에서, 1805년 겨울 보은산방으로 옮겼다가, 1806년 가을에 이청의 집으로, 다시 1808년 봄부터 다산에 머무는 과정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강진읍에 머무는 8년 동안 이청은 손병조, 황상, 황취, 황지초, 그리고 김재정 등과 함께 다산의 '읍중 제생'으로 학연을 맺게 되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오직 두 사람만이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어 상당한 성취를 하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황상과 이청이다.
 
황상보다 4년 연하였던 이청은 어린 나이로 문하에 들어갔으며, 다산은 그의 영특한 재주를 아껴서 이후 많은 저술 작업에 참여시키게 된다.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이청에 대해서 "그의 슬기는 좋은데 그의 시는 자못 기안(氣岸)이 부족하다.

세월의 공부를 더해간다면 해박해져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글귀로 보아 다산의 이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였음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청에 관한 다른 자료는 추사(秋史) 김정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세한도의 이상적(李尙迪) 문집인 은송당집(恩誦堂集)의 속집에서 볼 수 있다. 실제 이 책은 그 서명만 들었을 뿐 소장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 책의 영인본을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숙제를 잘 해보려고 노력한 한 흔적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 책을 구할 수 있어서, 또 그 내용을 살펴보면서 즐거움이 적지 않았다고 실토한다.
 
그 내용을 보면 "학래는 나이 지금 70세로 또 낙방해서 시를 지어 위로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상적과의 교유와, 과거에 누차 낙방한 이청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해 가을에 '학래가 우물에 빠져 죽음을 듣고'라는 시제가 보임으로써 그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청은 70세의 노구(老軀)로 천문학의 연구저술에 몰두한 끝에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1861년, 그의 나이 71세 때 자가 경고(景皐)요, 호가 청전(靑田)이었던 이청이 세상과 작별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산과 손암을 도와 유배지에서의 거룩한 저술 업적의 초석을 놓을 수 있었던 계기는 아마도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놓지 않고 묵묵히, 슬기로서만이 아니라 세월의 공부를 더해가면서 어느 누구보다도 큰 진전이 있었던 시대의 산 증인이 아니었을까.
 
숙제는 부담이 된다. 학교에 있으면서 되도록 숙제를 부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만약 이번 숙제를 부담으로 여기지 않았더라면 이상적의 은송당집이나, 이청과 연관된 저술들을 일독할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대를 더불어 살면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고맙기 그지없다. 부족하지만, 오늘 숙제는 여기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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